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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예능프로그램 점검
새로운 포맷 개발 절실… 장기 기획과 투자 이뤄져야

|contsmark0|사례1.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최희문(26)씨. 집으로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는다. 주말이라면 tv부터 켜겠지만 최씨는 인터넷부터 클릭한다. 유머사이트들을 돌다가 격투기클럽에 들어가 동영상이나 게시물들을 읽고 나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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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인천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미랑(33)씨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퇴근시간에 맞춰 이들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 케이블 tv시간표를 체크해 주말에 보거나, 인터넷 다시보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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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3. 경주에 사는 황정남(61)씨는 하루 종일 ytn를 틀어 놓는다. 지상파방송을 볼 때도 있지만 이내 채널이 돌아간다. 드라마는 원래 좋아하지 않았고 간혹 코미디프로들은 챙겨봤지만 요즘은 통 재미를 못 느낀단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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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요즘 시청자들이 tv를 대하는 태도다. 지상파tv의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tv 앞아 앉아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놓친 프로그램은 케이블tv나 인터넷 vod(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챙겨보고, 포털사이트에서 연일 쏟아지는 tv관련 기사들은 꼭 체크한다. 마음이 가는 프로그램이 생길 때는 ‘폐인’을 자청하며 프로그램 홍보에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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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예능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를 따져보면 좀 아이러니하다. 이는 인터넷이나 케이블 등 매체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해석하거나 드라마 등에서 코미디 요소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어딘지 미흡하다. 이런 변화와 무관하게 예능프로그램에서 최근 새로운 포맷을 볼 수 없는 게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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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전국 가구시청률은 2000년 7.5%, 2001년 7.2%, 2002년 7.2%, 2003년 7.5%, 2004년 7.2%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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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 ‘그밥에 그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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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재 방송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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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프로들이 지상파방송에서 고개를 숙인 지는 이미 오래다. 시트콤의 경우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 mbc <안녕, 프란체스카>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과거 sbs가 몰고 왔던 한국적 시트콤의 열풍은 식은 상태다. 장수 프로그램은 kbs <가족오락관>과 <전국노래자랑> 정도. kbs <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 등의 코미디프로가 지난해 크게 유행하다가 개그맨 파문 이후 주춤하는 추세다. 시청률조사 전문회사 tns 발표에 따르면, 주간 시청률 순위에서 kbs <개그콘서트>는 최근 4주 동안 9위에서 13위에 그치고 있고, sbs <웃찾사>는 16위에서 19위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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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몇 가지 유형에 따라 복제되고 있는 상황.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의 뒤를 이은 앙케이트형 토크쇼로 kbs <상상플러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빙글빙글 랭크쇼>, sbs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가 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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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형 프로그램들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유행했던 프로그램들로 kbs <비타민>, <스펀지>, sbs <유쾌한 두뇌검색>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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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주말시간대를 장식하는 오락프로로는 kbs <해피선데이>, mbc <토요일>, ,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실제상황! 토요일>, <일요일이 좋다> 등이 있으며, 이들 프로그램은 2~3개 코너를 통해 각기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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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들이 역량을 발휘했던 ‘러브하우스’나 ‘아시아 아시아’ 등도 현재 ‘눈을 떠요’, ‘진호야 사랑해’ 등의 코너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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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코너들이 제목만 봐선 구분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일단 특정 mc들이 대부분의 코너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엽, 김용만, 강호동, 김제동, 유재석, 박수홍, 이경규. 이휘재 등이 몇년째 예능프로들을 이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만약 1주일만 방송 출연을 중단할 경우 악몽 같은 사태에 직면해야 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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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인물들이 비슷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에 나와 별다르지 않은 웃음을 주고 있으니 시청자는 하품이 나올 때도 됐다. 영화나 음반홍보를 위해 매주 똑같은 게스트들이 등장하는 것도 식상함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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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 실험이 허용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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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국 이민호 pd는 지난달 28일 발행된 mbc노보에 ‘mbc 코미디의 부활을 꿈꾸며’란 제목의 기고에서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공개코미디로 전환하면서 신인들을 대거 기용한 전략이 현재의 악전고투를 예상했다, △대학로 공연 등 오프라인에서도 개그공연을 접할 수 있는 등 현재 젊은이들의 코미디에 대한 눈이 높아졌다, △코미디프로그램은 mc를 발굴하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코미디의 침체로 스타mc의 독과점에 대한 대안이 없다,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이 변했으므로 코미디프로들에 대한 편성전략도 수정이 필요하다. 이른 시간의 방송은 소재의 한계를 만든다. 사실 분석내용은 예능프로그램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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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pd는 pd연합회보와 인터뷰에서 “제작비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시청률의 압박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시청률이 보장되는 스타mc를 기용해 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방송구조는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실험을 허용하지 않는다. 과거 <청년내각>같은 실험을 이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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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훈희 pd는 “방송사가 오락프로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와 같은 마인드로 똑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소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락프로에도 장기적인 기획,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을 쉽게 폐지해 버리는 것도 문제다. 시청자들이 반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스폰지>도 이같은 투자가 있었기에 성공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mc 문제에 대해선 “예능프로그램에선 pd보다 mc 역량이 큰 게 사실이다. mc가 어떻게 웃음의 요소를 짚어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성격이 완전히 변한다. 그러나 현재 방송에서 활동하는 mc들은 사실 10여명에 그친다. 이들에게도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인 발굴에 이미 실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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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직 pd들은 출연료 문제가 새로운 소재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sbs노조는 이와 관련해 예능pd들과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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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예능프로그램 제작자들의 고민은 드라마pd들의 고민과 닮아있다. 오락프로도 실내외 촬영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야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메인mc의 출연료 비중이 제작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스튜디오 촬영, 그리고 제작비가 제일 적게 드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 선호된다”며 “아울러 스타와 같은 기획사 소속의 연기자나 개그맨들을 어쩔 수 없이 고정패널로 출연시켜야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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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현재의 흐름을 지상파 방송의 위기라고 자학할 필요는 없다.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청패턴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교수는 “드라마는 똑같은 내용을 제작하더라도 출연자만 바뀌면 시대마다 다른 재미를 준다. 그러나 예능프로들은 웃음의 요소를 계속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포맷 개발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처럼 시청자들의 익숙한 재미에 안주해서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누리꾼의 욕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왜 웃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처럼 방송제작에 일부분 참여시키는 형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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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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