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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며칠 전 외화팀 선배를 통해 얻은 bbc 다큐멘터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보았다. 국내에서도 동명의 책으로 잘 알려진 사이먼 싱(simon singh)이 90년대 후반 직접 연출,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사실 책으로 읽으면서 느꼈던 소재의 흥미진진함, 뛰어난 원고 구성력과 극적인 결말 유도 등은 훨씬 덜 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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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방송현실에서 이와 같은 훌륭한 프로그램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한 부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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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지식이라는 단어가 tv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지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언하고 있고 방송 또한 그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짭짤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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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필자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표방하는 지식개념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지식의 진주를 캐내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들이 인터넷 지식문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도, 그들의 주장이나 이론, 신념이 대중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지식은 인터넷 검색, 블로깅보다는 여행과 독서 같은 직접적인 체험, 사유와 성찰, 거리두기 등에서 획득되고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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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회의감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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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지식 개념에 대한 오독이다. 가십기사, 스포츠뉴스, 연예인 동정 등 1회성의 선정적 정보들도 지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또 실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지식 검색순위 또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오역된 기사를 편집의 기조 없이 전재하는 ‘정보세탁’ 과정은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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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물신주의와 스타지상주의라는 내재된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부동산, 재테크, 명품, 복권, 억대연봉 등 세상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로만 이뤄져 있는 듯.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주요고객인 20, 30대 취향 위주로 정보가 선택되고 가공된다. 최근 20, 30대들이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상실해 가는 것도,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편협한 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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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여론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감정이나 판단능력을 획일화한다는 점이다. 웹(web)과 전염병(epidemics)이 합쳐진 신조어 ‘webidemics’는 최근 발생했던 ‘개똥녀’ 파문을 설명하는데 적절하다. 디지털 주홍글씨, 여론재판, 인터넷 정의, 마녀사냥 등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했는데 어떤 현상을 무엇이라고 지칭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증오심과 폭력의식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 좋은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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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계는 방송·통신융합이 가장 뜨거운 화두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기존의 지상파방송이 케이블, 휴대폰 등 거대 통신기업의 상업 네트워크망에 얼마나 내성을 가지고 고유의 영역을 차지할 수 있는지 사활이 걸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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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시점에서 지식이란 단어를 기억하고 싶다. 책 대신에 인터넷에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배낭여행을 가더라도 박물관, 미술관 대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햄버거 먹으면서 기록경신하기 바쁜 젊은이들에게, 휴대폰을 통해 게임하거나 스포츠경기 보느라 앞에 할아버지가 힘겹게 서있는 것도 못 보는 지하철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소중한 가치와 살아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되새겨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지식 지수가 방송의 공영적 가치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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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또 다시 논술 문제로 뜨겁다. 설사 논술이 시행되더라도 필자는 인터넷 문화, 인터넷식 세상읽기에 젖어있는 우리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주장이 대단히 독창적이거나 합리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원가는 학생들이 생각하기 이전에 모범답안을 만들 것이고 암기하게 할 것이다. 참다운 지식에 대한 옹호, 개척, 그리고 재발견은 점점 혼탁해지는 우리 방송계의 저버릴 수 없는 사명이다. 왜냐하면 통신업계는 사명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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