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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스포츠를 좋아하는 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소식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 최근에는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함으로써 또 한 가지 즐거움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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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스포츠의 세계는 그야말로 부침이 심하다. 잘나갈 때에는 홈런도 펑펑 터뜨리고 삼진쇼를 곁들이며 승리투수가 되는 멋진 활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부진할 때에는 온갖 비난이 선수를 향해 쏟아진다. 팀을 구해내는 영웅이 됐다가도 다음날 역적이 될 수 있는 프로스포츠의 승부세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사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드라마틱한 경기를 보는 즐거움 못지않게 흥미로운 게 경기 후 언론의 보도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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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 편’이라고 우리나라 언론이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 편을 드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로 보면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경기 중 실수를 하거나 부진한 성적을 낸 우리 선수들을 현지 언론이 지적하면 당장 우리 인터넷 뉴스에 등장하는 단어가 ‘비난’당했다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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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태평양 건너 먼 아시아에서 온 선수로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 부진한 선수보고 부진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비난’과 같은 단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 싶다. 물론 그것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런 의도는 이 무더운 날 사람들 열 받게 만드는 데 기여할 뿐 올바른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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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보다보면 세상이 보일 때가 많다. 원칙이 지켜지는 선진사회에서는 경기장의 판정도 공정하고 사람들은 차분하게 경기결과에 승복한다. 편법이 통하고 요행이 먹히는 사회에서는 스포츠 경기장도 판정시비에 시달린다. 이제 무조건 우리 편이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그런 세련되지 않은 의도들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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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듣곤 했던 스포츠 중계에 얽힌 기억들이 있다. 지금은 위성생중계가 안방에서 벌어지는 일 보듯이 쉽게 이뤄지지만 그 시절에는 우리 대표팀이 외국에 나가 경기할 때면 라디오 중계를 통해 경기실황을 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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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라디오중계가 tv보다 더 가슴 졸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화면이 안 보이니까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중계캐스터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아나운서들의 중계는 아주 철저하게 우리 편을 드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 선수가 찬 슛은 많은 경우 아슬아슬하게 비껴난 슛이 된다. 아무 것도 볼 수 없이 라디오 중계를 듣고 있는 고국의 팬들은 아까운 마음에 탄식을 쏟아낸다. 상대 선수들의 반칙은 악랄한 반칙이 되고 우리 선수들의 반칙은 억울한 판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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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런 나쁜 놈들’ 하면서 감정이 실린다. 이렇게 라디오 스포츠 중계를 듣고 나면 정말 손에 땀이 나는 경험이 되고 만다. 가진 것 없던 시절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던 라디오 중계에는 그 시대의 미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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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진 것이 없기에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야 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찾아오고 올림픽에 월드컵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낸 스포츠 강국이다. 드라마틱한 스포츠 승부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세상사가 돌아가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배우게 된다. 무조건 우리 편을 들기보다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우리 선수들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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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논리보다는 감정에 앞서는 경향이 있는 우리 대중들에게 스포츠를 둘러싼 여러 가지 현상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그때 승부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감정에 우왕좌왕하는 국민을 만들어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실패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대안을 생각하는 자세를 이끄는 언론의 모습이 더욱 많이 눈에 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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