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눈] 매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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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눈] 매미소리
  • 관리자
  • 승인 2005.08.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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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상일 mbc 민요전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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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pd연합회보 칼럼에 매미 이야기를 썼던 적이 있다. 집단적으로 악다구니 쓰듯 울어대는 여의도 매미가 하도 유난스러워 당시의 어지러운 인간세상과 비유를 했었다. 매미는 소리를 내는 곤충이어서 소리에 민감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동안 생각해둔 매미 이야기를 더 하려고 한다. 가능하면 순수한 매미 이야기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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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여의도 아파트촌의 매미는 여전히 한꺼번에 똑같은 소리로 울어대는 말매미 종류뿐이다. 간혹 한적한 아침나절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맴맴’ 거리는 참매미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자동차 소리와 말매미 소리에 묻히고 만다. 참매미로서는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다. 참매미와 말매미의 생존방식은 완전히 달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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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서울 서북지역은 인왕산, 북악산, 삼각산(북한산)이 있어서 숲이 많고 교통량이 적다. 도로가에서는 차량의 소음이 크지만 도로에서 떨어진 숲은 조용하다. 이런 곳에는 참매미가 산다. 참매미는 언제나 혼자다. 한창 때에는 여기저기서 여러 마리가 함께 울어 적당한 화음을 이루기도 하지만, 매미들 사이의 거리는 한참 떨어져 있다. 참매미는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지도 않는다. 한 자리에서 서너 바탕 울 때까지 암컷이 날아오지 않으면 다른 나무로 훌쩍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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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미 울음소리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놈은 느긋하게 ‘매암매암’ 하고 울지만, 다른 놈은 훨씬 급하게 ‘맴맴’ 거린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남과 다르게 우는 것으로 암컷의 주목을 받으려 하는 것일 게다. 참매미는 오랫동안 우렁차고 리드미컬하게 잘 우는 것으로 암컷을 유혹한다. 말하자면 노래를 하는 셈이다. 수매미로서는 오로지 노래밖에는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참매미 암컷은 당연히 노래 잘하는 수컷을 찾아가 짝짓기를 할 것이다. 그래서 참매미는 소리가 잘 들리는 조용한 숲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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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매미는 모든 것이 참매미와는 반대다. 참매미보다 몸집도 큰 말매미 수컷들은 가까운 곳에 무리지어 앉아 한꺼번에 울면서 매우 길고 큰 소리를 낸다. 리듬도 음색도 음높이도 없이 오로지 음의 크기와 지속시간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말매미 소리는 노래라기보다 사이렌 소리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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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매미 암컷은 그 많은 수컷 중에서 어느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하는 걸까? 짐작컨대 말매미 암컷은 아무데나 앉아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수컷 한 마리와 짝짓기를 하게 될 것이다. 당첨된 놈을 제외한 나머지 수컷들은 또 다른 암컷이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며 함께 악을 써야 할 것이다. 수컷들은 암컷을 만나기 위해 끝없이 확률게임을 계속하는 것이다. 암컷측에서 보면 자신이 만난 수컷이 어떤 친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짝짓기를 하는 셈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말매미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스스로 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종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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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끼리도 종류에 따라 생존 방식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재미있다.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음악적 관점에서 들으면, 참매미 소리는 그 리듬과 음색을 듣기 위해 저절로 귀가 솔깃해지는 음악에 가깝고, 말매미 소리는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는 소음이나 마찬가지다. 참매미의 생존방식을 개별주의라 한다면 말매미의 생존방식은 집단주의라 할 것이다. 소음이 많은 도시에서는 말매미가 훨씬 생존에 유리하지만, 조용한 풀숲은 참매미가 차지하고 있다. 말매미가 조용한 숲까지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말매미는 조용한 곳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참매미가 말매미의 영역 확대를 저지하는 무슨 전략이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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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우리 동네 숲이 참매미 대신 말매미 소리로 뒤덮이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 서북지역의 참매미 서식 남방한계선인 세종로를 지날 때마다 창문을 열고 매미소리를 확인한다. 언젠가 말매미 집단으로부터 참매미 서식지를 지킨다고 무언가 장비를 둘러메고 동네 뒷산을 헤매는 내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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