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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서용하 kbs스페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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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 속에 나의 설익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이런 글도 모자라 tv 속에서 빛으로 흩어지는 나의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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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이라는 작가도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것을 ‘파렴치한 행위로 다 떨어진 생애에 모욕을 배가하는 일’이라고 적는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나를 표현하고 남을 이해하며 살아야한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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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는 사람 사이의 신호가 어긋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마치 대화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나는 표현하지만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앞에 있는 그와 말하다보면 차갑게 굳어 가는 자기를 발견한다. 마치 대화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듯하다. 병명을 정한다면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경색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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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병이 생긴 원인을 진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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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할 곳에 머지않아 이상한 이물질이 생겨나 흐름을 막는다. 혈연, 지연, 학연 등등. 이성의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 감성의 편가름이 생겨나면서 커뮤니케이션은 왜곡된다. 말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등을 돌리고 결국 싸움이 난다. 문제를 풀어보자고 만나서 대화하면 원수가 돼서 헤어지는 형국이다. 정치, 사회,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갈등 속에서 위와 비슷한 양식의 흐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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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대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문, tv, 인터넷. 무차별적으로 쏟아져오는 신호들 속에서 구토를 느낀다. 그 신호들이 마치 야차의 그것인양 나는 안테나를 접는다. 신호가 많아서가 아니다. 신호의 내용이 무섭고 두려워서 그렇다. 그 신호들 속에 있으면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다. 나도 야차로 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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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으로 들어온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가능케 했던 것에 비해 서양에서 나온 매스컴은 전체주의와 관련된다는 언론학자의 지적이 있다. 매스컴은 반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황지우 시인의 글도 읽어본 적이 있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 이후 매스컴은 더 이상 소통의 도구가 아닌 듯 보인다. 익명성의 뒤에 숨은 온라인의 폭력은 이미 표현의 자유를 넘어 인격에 대한 범죄를 구성한다. 대화와 소통을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들이 오히려 단절을 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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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진보와 보수파의 대표 선수를 자처한 언론 매체들이 서로 증오의 벽을 쌓아가고 있다. 그 벽을 넘어서는 소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이성의 언론이 아니라 감성의 언론이 범람하는 현실이다. 이 벽을 깨치는 철인의 등장이 아니고서는 사회의 분열과 소모적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pd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도 반드시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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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가 어긋나고 대화가 안 되는 것은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전단계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소통을 위한 대립이라는 전제가 중요하다. 소통하지 못하는 대립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목적을 사라지게 한다. 그 빈자리에 오직 목소리 큰 자만이 자기가 승자라며 으스대는 부정의한 모양이 생겨난다. 적을 설정하고 적을 물리치기 위한 권력의 문제로 변하고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너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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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선과 악은, 옳고 그른 것은 원래 그러한 것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물리쳐야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독선과 아집이며 얻어야 하는 것은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이의 성취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것이 내 직업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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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pd는 커뮤니케이션 경색증을 치료하는 의사이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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