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희한한 TV! 거 참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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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희한한 TV! 거 참 희한하네
  • 관리자
  • 승인 2005.09.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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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기슭 sbs 교양국 <세븐데이즈>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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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이 안방으로 내리셔 붙박이장을 보러 갔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붙박이장 대신 정면에 있는 오렌지색 하이그로시 부엌가구가 눈에 반사된다. “거 희한하네. 어디서 본 거 같네. 낯설지가 않아.” 직원 왈 “네, 이게 드라마에서 공주님이 디자인한 걸로 나오는 그겁니다. 저희 신제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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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지름신을 만나러 오디오 구경을 갔다. 쌈박한 디자인의 희멀건 세트가 떡하니 서있다. 무지 비싸 보인다. “거 희한하네. 어디서 본 거 같네….” 사장님 힐끗 보더니 “삼식이 집에 있던 그 놈입니다. 스피커는 요거구요.” “허걱, 비?싸?다! 전세 값이다!” 사장 무표정하게 “클래스(class)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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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모퉁이의 저 빵집이 낯설지가 않아… 저 게임도 뭔가 익숙해… 저 리조트는 또 뭐야… 폴라티 상표가 왠지 친숙해… 저 아줌마 외제차도 뭔가 있어… 돼지저금통은 또 뭐야… 꿈에서 본 건가? 데자뷰(旣視感)인가? 거 희한하네. 내 머리에 칩을 박은 걸까? 아님 이거 트루만쇼 아냐… 그럼 내가 트루만이야? 그런 거야? 이게 다 세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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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만쇼 얘기하니 거 이상하게 텔레비전 보고 싶네. 텔레비전이라… 그래 맞아, 그거다. 드라마서 본 거다, 몽땅. 순간 이마 위로 플래시처럼 ‘파파팍’ 지나가는 숱한 장면들. 너무 텔레비전을 많이 본 게야. 가만 가만… 그런데! 재벌 2세 주인공이 일하던 빵집이며, 질투의 화신 여주인공이 몰던 스포츠카, 주인공들이 연애할 때 다정하게 안고 가던 저금통, 둘이서 폼 잡고 맞짱 뜨던 게임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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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인공은 다들 어디가고 물건만 있어? 왜 저 아줌마가 타? 왜 아저씨가 빵 굽고 있지? 공주님은 어디 갔어? 삼식이는? 도대체 스타배우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사인 받아야 되는데. 거 왠지 보고 싶네.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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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면, 밤 10시면 까이꺼 대충 할 일 밀쳐두고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야 돼. 주인공 엄마 옷가게 옷을 입은 채, 주인공이 듣던 오디오로 음악을 틀고, 주인공 부인이 개발한 피자를 시켜 먹으며, 주인공이 개발한 게임기를 즐기다가, 주인공들이 놀던 리조트로의 휴가를 꿈꾸는 거지. 아! 현실은 고달프지 않아. 내가 곧 주인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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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고달프다. reality bites!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현실에는 차도 있고 빵집도 있고 보일러도 있고 비데도 있고 게임기도 있는데, 삶은 주인공스럽지 않다. 그냥 여전히 ‘계란’스럽다. 왜 이래? 현실이 왜 이래? 드라마가 왜 이래? 도대체 저런 주인공이 어딨어? 저런 차, 저런 집, 저런 일, 저런 연애, 저런 주인공 눈 씻고 봐도 얼마 안돼. 화장품을 냉장고에 넣으라는 설교를 왜 들어야 돼? 사각 피자가 어째서 맛있는지를 왜 들어야 돼? 몰입하게 해 줘. 주인공의 실연이 가슴 아픈데 왜 느닷없이 커플이 나타나 핸드폰 게임을 하냐고.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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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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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드라마를 만드는 현실… 드라마 속에는 현실이 없다는데, 현실 속에는 온통 드라마가 있고, 그게 드라마를 만드는 현실이란 얘기고… 그러면 도대체 우린 어느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아냐 드라마 속인가? 거 참 헷갈리네. 꿈에서도 못 본 거 같아.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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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한하네” 이 말도 텔레비전에서 본 거 같네. 드라마는 아니고… ‘웃찾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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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봤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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