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타령 “이젠 지겹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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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검] 멜로드라마 과잉공급 시대

|contsmark0|지난 1년 전체드라마 90%가 멜로… 장르 다양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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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종일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오락프로에선 게스트의 솔직 연애담을 털어놓고 각종 휴먼다큐에선 감동적인 사랑 사연을 접하게 된다. 마치 ‘사랑’이 시청자의 필수 시청 주제라도 된 듯하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의 아픔을 전하느라 동분서주한다. 마치 사랑에 중독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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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보가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방송된 kbs, mbc, sbs 3개 방송사 드라마(단막극과 특집극 제외)를 장르별로 분석한 결과(표 참조), 모두 76개 드라마 가운데 멜로물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kbs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성장드라마 반올림 1·2>, <불멸의 이순신>, <해신>, <마법전사 미르가온>, mbc <영웅시대>, <제5공화국>, sbs <토지> 9개뿐이었다. 사실 <반올림>이나 <토지>가 후반기로 갈수록 멜로라인이 강해졌음을 고려한다면 ‘멜로’없는 드라마는 더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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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 영화가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웰컴투 동막골>, <살인의 추억>, <박수칠 때 떠나라>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현상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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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없인 드라마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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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드라마가 ‘멜로’에 집중되는 현상자체를 문제 삼기는 사실 어렵다. ‘사랑’은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인류의 영원하면서도 우선하는 관심사. 오히려 문제는 ‘멜로’ 자체가 아니라 멜로를 만드는 뻔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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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머지 90%에 이르는 멜로드라마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얘기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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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멜로물의 경우 등장인물의 직업만 바뀔 뿐 내용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직업이 좀 다양해진 모습이다. 과거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원 시리즈에서 벗어나, 요리사(kbs <러브홀릭>, mbc <사랑찬가>, sbs <온리유>), 시나리오 작가(kbs <풀하우스>), 사진가(mbc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하지만 일하는 모습은 여전히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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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장치들은 주로 ‘알고보니…’로 해결한다. 그를 사랑하고 보니 재벌의 후계자(kbs <오!필승 봉순영>)거나, 가난 때문에 힘겹게 살았으나 ‘알고 보니’ 운명이 바뀐 것(sbs <형수님은 열아홉>, <팻션70s>)이다. 한 사람을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복형제(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sbs <그여름의 태풍>)임을 예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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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큰 병에 걸리는 사례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종래의 백혈병 시리즈에서 벗어나 기억상실증(sbs <봄날>,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악성림프종(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으로 고통 받는다. 최근엔 기면증(kbs <러브홀릭>)이라는 희귀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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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도 꼬이고 또 꼬인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려고 보니 엄마와 남자친구의 아빠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갈등하고(mbc <사랑을 할꺼야>), 첫사랑이 냉동인간으로 지내다가 수십년만에 다시 태어났는데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kbs <그녀가 돌아왔다>). 임성한 작가가 준비 중인 드라마는 자신이 버렸던 딸을 며느리로 맞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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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멜로’의 형태를 주로 선보이는 아침·일일·주말드라마들도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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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는 첫사랑과 불륜, 이혼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kbs <아름다운 유혹>, mbc <열정>, sbs <선택>등이 일반적 형태다. 결혼 후 배후자가 불륜에 빠져 고민하다가 이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거나, 힘겨운 결혼 생활에 첫사랑이 등장해 가슴을 휘저어 놓는다. 그나마 이혼 후 여성들의 성공스토리()가 여성들의 속을 후련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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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들은 가족드라마의 변형이다. 여기서는 가족들이 이혼과 불륜으로 인해 갈등을 겪지만 결국 부부와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이 추가된다. 과연 평범한 가족들이 내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문제. 노후문제보다 ‘사랑’과 ‘불륜’ 사이에서 더 갈등하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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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연속극 <부모님 전상서>는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 후 혼자 자폐아 아들을 키우며 사는 여주인공의 얘기가 기본 줄거리였고, 후속작인 <슬픔이여 안녕>에서는 아들을 동생으로 키워야 했던 가족사와 등장인물들의 사랑얘기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mbc 주말연속극 <사랑찬가>는 조카와 이모가 사랑에 빠지는 기막힌 줄거리를 담다가 조기종영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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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중복으로 내용 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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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극 <어여쁜 당신>은 초등학교 동창과 우연히 만나 결혼을 했으나 출산 문제로 시부모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이혼했으며, mbc <굳세어라 금순아>는 아이가 있는 이혼녀의 결혼과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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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mbc 이은규 드라마 국장은 “국내 시청자들은 멜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랑드라마를 주로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비율은 현재 지나치게 높다. 소재의 한계로 인해 멜로드라마들은 갈수록 우연이 남발돼 완성도가 떨어지고 극단적인 소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국장은 “이런 제작 양태는 작가층을 엷게 할 뿐만 아니라 일정 형태의 멜로드라마에 어울리는 젊은 연기자들만 반복 출연시키게 한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나와야 할 때”라면서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제작시스템을 선진국형화 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70분 편성에 16부 이상의 긴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상황은 pd도, 작가도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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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로운 시도들도 보인다. sbs <그린로즈>를 시작으로 kbs <부활>과 mbc <변호사들>은 스릴러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mbc <떨리는 가슴>은 트랜스젠더의 삶과 어린이들의 사랑을 주요 줄거리로 내세워 호평을 받았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도 완성도 높은 트렌디드라마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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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규찬 교수는 “멜로드라마에 치중한다 해도 문화다양성 차원에서 연령과 지역에 따른 다양한 사랑얘기를 담는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드라마들은 전문직에 종사하고 대도시에 사는 20대 초반 남녀의 사랑에만 집중돼 있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도시 안에서도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데,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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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청자들은 찬바람이 불면 제2의 <서울의 달>이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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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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