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24시 - 6밀리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PD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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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24시 - 6밀리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PD들
6밀리 카메라, 결코 가볍지 않다
  • 승인 199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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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밤 11시 40분에 호출이 왔어요. 지금 빨리 전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가야 된다는 겁니다. 간 적출 수술이 있대요. 즉시 출발했습니다. 6밀리 카메라를 싣고, 운전해서 새벽 3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수술 과정을 찍었습니다.”<신생아병동> 등 일련의 생명시리즈로 유명한 mbc <다큐스페셜> 이강국 pd. 그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생명시리즈의 연장인 <희생>과 <승부>는 장기기증과 그로 인해 살아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그 장기기증이 언제 있을지, 이식 수술은 언제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이강국 pd는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호출’에 즉각 응답해 생생한 화면을 잡는다.“원하는 시간에, pd의 시각으로 원하는 부분을, 시간·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피사체의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찍을 수 있고, 비용도 절감된다.”6밀리 카메라의 특장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기동성, 신속성, 지속성, 현장밀착성이다. 특히 좁은 공간이나 수술실처럼 덩치 큰 eng카메라와 조명을 견딜 수 없는 곳에서 이 카메라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강국 pd가 6밀리를 쓰게 된 이유도 그가 선택한 촬영장소가 eng로는 허락이 안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6밀리는 그렇게 eng카메라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부분부터 스며들기 시작했다.6밀리의 장점이야 이제 방송과 조금만 연이 있다면 술술 읊어댈만큼 알려졌지만 6밀리를 사용하는 pd들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오히려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때문에 프라하에 출장 갔을 때 지하철에서 소매치기에게 둘러싸여 위험에 처했다. 다행히 가이드의 재치로 빠져 나오긴 했지만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kbs 이장종 차장의 말이다. 실제로 팀의 pd들은 모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6밀리 카메라를 들고 해외취재를 나가는 pd들의 경우는 신변의 안전이 큰 과제다. 카메라가 캠코더처럼 생겨 ‘관광객’인줄 오인한 현지인들이 pd들의 주머니를 노린다는 것이다. <나쁜아이들의 아시아횡단>을 찍었던 인천방송 <리얼tv>팀의 장세종 pd는 촬영 중에 오토바이를 탄 치기배들이 가방을 낚아채가는 바람에 크게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러한 신변의 위협은 eng카메라로 촬영을 나갈 때는 거의 없는 일이다. 적어도 3∼4명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출장 촬영이 늘 그렇다고는 하지만 주로 혼자서 촬영을 하는 pd들에겐 ‘밤잠’이 있을 수가 없다. 6밀리 카메라의 배터리를 다 충전해 놓아야만 비로소 잠을 잘 수 있는 것. 그래서 pd들에겐 ‘배터리를 다 충전하기 전까진 눕지 말라’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배터리 하나 충전하는 시간은 꼬박 2시간. 내일 촬영을 생각하며 적어도 5개는 충전해야지 하다 보면 어느새 창밖이 밝아온다.이처럼 취재, 촬영, 행정, 섭외, 운전, 각종 잔일까지 pd는 1인 5역 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밤새 졸음을 참으며 운전까지 pd가 하다보니 차창 풍경을 찍을 경우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졸음 운전을 막을 수 없어 그야말로 몇번이나 교통사고를 낼(혹은 당할) 뻔하는 ‘곡예’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pd들은 6밀리 카메라로 찍더라도 적어도 pd-ad 시스템 혹은 pd 2인 시스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pd 1인 시스템은 결코 pd 1인 연출이지 pd 1인 프로덕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나혼자 고생하면 된다는 pd적인 욕심에 몇시간이고 기다리면서 생생한 화면을 잡아내다 보면 하루 10시간 촬영은 보통이다. 촬영이 끝나면 정말 6밀리 디지털 카메라가 결코 가볍지 않구나,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인천방송 <리얼tv> 제작팀 백민섭 pd)“배터리를 자주 바꿔야 하는 불편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허리에 매고 촬영한다. 촬영을 끝내고 나면 내 허리도 끝장이 나는구나 싶지만 어쩌나. 배터리 등 소모품에 드는 돈과 6밀리 카메라도 모두 pd 개인이 사는 것이라 집 눈치도 많이 보인다.”(ebs 다큐제작팀 강태욱 pd)그러나 정작 pd들의 걱정은 ‘개인의 노동강도’에 대한 힘듦보다는 ‘방송의 질’에 대한 것이 더욱 크다.처음에 pd들이 각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선택했던 6밀리 디지털 카메라를 방송사 경영진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eng를 대체할 수 있는 카메라로 인식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bs 의 경우 명작과 명인을 다루는 프로그램, 즉 고도의 품질과 영상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절감의 원칙아닌 원칙에 따라 결국 6밀리로, pd 혼자 촬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편성의도와 제작여건의 간극이 을 ‘사생아’로 태어나게 했다고 한 pd는 자조했다.그래서 pd들은 6밀리 카메라가 적재적소에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방송 <리얼tv> 최병화 차장은 “6밀리 카메라가 경제논리로만 사용된다면 전체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6밀리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eng로 할 수 있는 것은 eng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mbc 이강국 pd도 “6밀리는 pd의 ‘선택적 접근’에 의한 것이어야 하지, 위에서부터의 요구로 인한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어쨌거나 imf 터널을 지나는 동안 방송사 경영진은 6밀리의 ‘경제성’에, pd들은 ‘현장 접근성’에 매료되고, 6밀리 사용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제작주체의 다양화와 영상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취재영역의 확대를 가져온 6밀리 디지털 카메라. pd들에겐 혁명적인 새로운 복음이 될 수도 있고, 족쇄가 될 수도 있다.같은 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젖’이 된다는 사실을 방송사 경영진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이서영> |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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