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의눈] 가을 나들이에 대한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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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의눈] 가을 나들이에 대한 불평
  • 김영상/ EBS TV제작팀
  • 승인 2005.11.0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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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주말 오랜만에 두 딸을 앞세워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제야 발견한 듯 갈색과 노르스름한 나뭇잎 빛깔을 배경삼아 아이들을 향해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내내 아내는 무척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분수 뒤에 흩어지는 무지개를 신기하게 느끼는 아이들에게도 아내는 그리 즐거워하지 않는 시선을 주었다. 일상적인 나들이가 아니라 목적과 이유가 분명한 행위임을 공감했으면서도 뾰로통한 표정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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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 애는 월요일에 숙제를 제출해야 한다. 부모님과 어떤 주말을 보냈는지, 이른바 체험학습의 내용을 적어낸다. 덕분에 주말이면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 과학관에, 음악회에 가기도 했고, 미술 작품 전시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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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요리임에도 김치볶음밥을 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물론 큰 아이는 아빠의 요리 모습에 적잖이 충격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엄마의 가사노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아니 참여하지 않는 내 모습이 큰 아이 눈에도 우스꽝스러웠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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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별걸 다 가지고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막상 가족과 벌이는 색다른 이벤트가 노래 제목처럼 아름다운 구속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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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주말에라도 시간을 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아이와 같이 한다면 아이의 성장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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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적잖이 있었고, 자발적이건 숙제를 위한 것이건 아이를 향해 할애되는 시간은 부모에게는 당연하다. 부모로서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유사 이래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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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내의 태도는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부모로서의 의무를 체험학습을 위한 주말 나들이 정도로만 할애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가끔씩 거르기 일쑤였다. 이럴 수 없는 가정도 많은데 이 정도면 다행이지 않느냐 나는 변명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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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의례적인 일이 되어가는 것에 아내는 그날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에도 떨떠름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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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불투명성을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중에 북핵 문제는 가장 해결이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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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합의 초안 작성으로 다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던 문제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해결 노력과는 별도로 쌍곡선을 그린다. 분단이 우리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었듯이 남과 북은 줄다리기가 아닌 평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감정이 앞서는 우리의 의지처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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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와 체험학습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닌 진정한 체험을 같이 느끼고 싶다. 아이에게 감수성을 키워주고, 상상력을 북돋울 수 있는 자극을 주고 싶다. 그러나 지금 부모로서의 나의 마음과 몸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내도 그 때문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리저리 불평하는 것을 나는 또 왜 아니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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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투덜거림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아이에게 선뜻 시간을 내어주지 못하는 내게 노력하면 된다는 충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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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와 우리 국민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문제는 우리의 의지와는 별도의 커다란 암초들이 너무도 많은 게 현실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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