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눈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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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눈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
  • 관리자
  • 승인 2006.01.0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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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운경 이라는 그리 낯설지 않은 방송작가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번쯤 찐하게 만나보고 싶은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한지붕 세가족> <서울뚝배기> <서울의 달> <옥이이모> <파랑새는 있다> <아름다운 서울> 그리고 <황금사과>까지. 김운경 작가의 드라마 제목에 자주 등장하는 ‘서울’이라는 단어는 마치 영어의 ‘soul’을 연상시킵니다. 황량하고 험악한 이 곳 서울에서도 가난하지만 따뜻한 영혼들이, 버림받았지만 썩지 않은 풋풋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듯 묘한 페이소스를 줍니다. 그것은 희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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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녹색평론》에 실린 김운경 씨의 ‘인도기행’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글쓴이가 인도를 여행할 때, 아침 철길 옆에서 똥 누고 있는 그 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받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부끄러워서 얼굴 돌리고 볼일 봤을 텐데 인도인들은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아침마다 똥을 누고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자는 삶이란 채워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깨끗이 비워가는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점심에 뭘 먹을까 하고 여의도를 헤매던 자신을 부끄러워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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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당신은 무엇을 다짐했습니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올해는 무엇을 얻겠다고 다짐하셨습니까. 아마도 대부분은 지금 당신에게 없는 그것을 희망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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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애플 컴퓨터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문이 있습니다. 그 글을 보면 그는 참 솔직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미혼모한테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한 가난한 부부에게 입양되었던 과거사. 대학 생활도 실패하였고 자신이 세웠던 애플사에서 오히려 쫓겨났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회고합니다. 하지만 전공 수업 대신 들었던 서체 수업에서 미래 맥킨토시의 유려한 서체를, 애플사에서 퇴출당하고 나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pixar)를 만들게 되었음을 당당히 이야기하면서 그 때의 실패와 포기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하였다고 밝힙니다. 젊었을 적 보았을 때는 보잘 것 없던 하찮은 점(dot)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 결국 맥킨토시 컴퓨터가 되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된 것이었습니다. 가능할까요. 이 겸손하고 평범한 천재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인용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새해 덕담, 제 자신에게 보내는 저의 다짐을 대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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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제가 여러분들의 나이 때였을 겁니다. 그 책자의 뒷 커버에는 어느 이른 아침, 시골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한 장 실려 있었습니다. 마치 모험심 많은 당신이라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질 만한. 그 사진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함께(stay hungry), 미련함과 함께(stay foolish)” 그 이후로 항상 저는 제 자신에게 그러기를 원했습니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졸업을 하는 여러분들, 여러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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