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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역전쟁에 대비하자

|contsmark0|최근 경기동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내년 성장률에 관해서는 정부와 민간부문의 견해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정부가 대략 2~3%의 플러스 성장률을 낙관하는 반면 민간부문에서는 보합정도의 미미한 회복을 예상하고 있기때문이다. 어쨌든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사실 경제의 선도지표라고 할 수 있는 주가가 최근 지속적인 상승을 타고 있고 금리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몇 개월전과 비교해 보면 마치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캄캄한 터널속에서 갑자기 밝은 햇살을 만나는 느낌이다.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합리적기대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요점은 시장참가자들이 합리적으로 미래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며 이를 현재 시장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경우 미래에 대한 확신과 회의는 현재의 실천으로 옮겨지고 그 결과 미래시장의 질은 대부분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가능한 한 경기를 좋게 보려는 경향은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면도 없지는 않다. 흔히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어나운스먼트 효과(announcement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즉 frb의 금리정책일 것이다.지난 9월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미국의 금융시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사실 frb가 이전부터 꾸준히 금리인하방침을 언급했기 때문에 시장이 먼저 이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frb의 금리인하조치는 인하된 현재금리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늘 이뤄진다. 그만큼 부작용이 적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달러화의 진정과 상대적인 엔화의 회복, 그리고 세계금리의 동반하락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더구나 국제원자재 가격마저 아시아시장의 수요급감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경제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듯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지 우리의 구조조정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른바 신3저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것은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고 부르던 80년대말과 90년대 초반기 우리경제의 반짝 호황기를 연상케 한다. 그때 모두들 산업구조조정의 적기라고 이야기했지만 어떤 재벌도 거기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재벌들은 초과이윤을 대부분 부동산과 계열사확장에 투자했다. 그결과 95년 이후 엔강세의 기저가 꺾이면서 우리 수출상품은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갔고 그나마 가격경쟁력으로 버티던 시장마저 중국과 동남아에 넘겨줘야만 했다. 그후 imf가 왔다. 최근 경기전망과 관련해 정부는 재벌개혁에 한발 물러선 느낌이다. 여유가 있다는 뜻인가. 재벌들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은 일단 옳다. 하지만 핵심은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의 존재자체에 있다.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근본적으로 공급의 독과점을 초래하는 재벌을 인정할 수 없는 자유주의 경제이론이다. 정부는 이론을 고수함으로써 재벌을 해소하든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이론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옳다. 현실과 타협하는 모순된 정책은 또 다시 경제를 왜곡시킬 따름이다. 열명의 경제학자로부터 열한개의 경제이론이 있을 수는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랙터로 천수답을 일굴 수는 없는 일이다. 끝으로 한가지 우리가 명심해야할 일이 있다.미국이 자국의 금리를 내린 덕에 우리경제가 여러 가지로 숨통을 틔웠지만 왜 미국이 금리를 내렸는가를 곰곰히 되새겨 보아야 한다. frb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지난달에 0.14%포인트 감소했고 지난 5개월가운데 4번이나 연속으로 하락했다. 10월 산업가동률은 80.6%였고 이는 6년만에 최저치에 달하는 것이었다. frb는 가장 최근 발표에서 ‘미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에 해외상품의 범람으로 심각한 고용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우리의 상품을 사가는 가장 큰 시장이며 그래서 아직까지는 우리가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그러한 미국의 경기가 지금 식어가고 있다는 뜻이고 이제 곧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무역전쟁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다. ※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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