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24시 - 시트콤을 만드는 PD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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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24시 - 시트콤을 만드는 PD들
빠듯한 시간에 ‘자연스런 웃음’ 찾는 IMF형 프로그램
  • 승인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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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바야흐로 시트콤(시츄에이션 코미디) 전성시대인가. 98년 가을개편 이후 각 방송사에서는 경쟁적으로 시트콤을 늘였다. mbc의 경우 <남자 셋 여자 셋> <여자 대 여자> 등 기존 시트콤 외에 <아니 벌써>를 신설했으며, sbs도 <순풍산부인과>에 이어 <나 어때>를 신설했다. kbs도 기존에 방송되던 <행복을 만들어 드립니다> 이외에도 <싱싱손자병법> <사관과 신사> 등을 신설해 방송3사에 방송되는 시트콤만 10여편에 이른다.왜 시트콤인가.시트콤을 연출하는 pd들은 “경제적인 이유”를 그 으뜸으로 친다. mbc 송창의 pd는 “방송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은 결국 상품이다. 하나의 상품이 성공하면 그와 유사한 상품이 많이 생산되듯이 <남자 셋 여자 셋>의 성공으로 시트콤에 대한 관심과 상품가치가 높아졌다. 또 시트콤은 방송사 입장에서 적은 제작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장르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일일시트콤의 경우 방송3사 공히 직접제작비 기준으로 편당 8백만원∼9백만원 선.그러나 제작비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외면한다면 황금기를 누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시트콤을 선호하는가. 충남대 신방과 손병우 교수는 “시트콤의 특성상 시청자들이 간단하게 보고 즐기기 좋은 장르다. 각 에피소드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한 회 한 회 보는데 무리가 없고, 간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장르로 거부감없이 일정 수준의 즐거움을 보장해 준다”고 진단했다.흔히 손쉽게 제작되고 싼 장르라고 인식되고 있는 시트콤. 그렇다면 시트콤을 연출하는 pd들은 과연 손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가.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손쉽고 싼 장르’이지만 이는 pd들의 개인 생활 거의 전부를 반납한 결과다.“시트콤 제작여건은 너무 열악하다. 일주일에 다섯편을 제작하는데 매주 150분을 제작하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가. 당연히 쉬는 시간이 없다. <남자 셋 여자 셋>을 시작한 이래 2년 반동안 거의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셈이다.”(mbc <남자 셋 여자 셋> 송창의 pd)“재충전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시쳇말로 죽기 직전까지 알아서 일하는 것이다. 밤 10시에 퇴근하면 빠른 것이고, 12시를 넘기는 것도 예사다.”(mbc <여자 대 여자> 안우정 pd)“충분한 연습, 충분한 기획 및 제작은 시트콤 pd들에겐 공염불이다. 프로그램을 풀빵 찍어내듯이 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나는 방송을 참 좋아한다. 늘 주변사람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방송 일을 하겠다고 얘기했었는데 시트콤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sbs <나 어때> 김태성 pd)이처럼 pd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주 단위로 돌아오는 프로그램 제작기간은 pd들에게 한숨 돌릴 시간적인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밤 12시 이후까지 진행되는 아이템 잡기, 대본회의, 야외촬영, 스튜디오 녹화로 일주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시트콤은 재밌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pd들은 아이템 선정 및 대본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kbs <행복을 만들어 드립니다> 양기선 pd는 “대본작업이 어렵다. 줄거리가 있으면서도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템 선정부터 계속 회의하고 초고를 쓰고 고치고, 다시 쓰는 작업이 반복된다. 또 콘티작업을 하면서도 수정은 계속된다. 시트콤 pd에게 대본작업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 숙제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한다.이처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시트콤 pd들은 ‘억지 유발식’의 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입을 모은다.mbc 송창의 pd는 “드라마 형식의,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웃음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으며, mbc 안우정 pd는 “웃음을 정리하고 웃음의 스타일과 색깔을 통일하는 것이 pd의 역할”이라며, “무리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과장된 연기, 허황한 웃음 유발, 가벼움의 극치라고 흔히 표현되는 시트콤에서 pd들은 ‘자연스럽고 메시지가 있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정석은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시청률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환경에서 이러한 ‘중심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pd는 “재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를 하는 경우가 없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표현하기도 했다.시트콤 전성시대 그 이면에는 ‘가벼움의 세태’가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병우 교수는 “우리나라 tv문화가 너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경쟁체제 내에서 씨알도 안 먹힐 얘기겠지만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재미 없으면 프로그램이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풍토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sbs <순풍 산부인과> 김병욱 pd는 “단지 경제적인 이유에 의해서만 시트콤이 신설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꼬고 꼬이는 비현실적 상황에 의한 웃음 유발이 아닌 출연자의 캐릭터 창출 및 대사로 승부해야 한다.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쉽게 취급되는 시트콤. pd의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시트콤. 온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되는가, 아니면 방송사의 imf용 프로그램으로 그 수명을 다하는가. 그 기로에 서 있다. <이서영>|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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