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겹쳐보기] 논다고 기죽지 마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kbs <개그콘서트> ‘현대생활백수’ vs <습지생태보고서>
|contsmark1|
|contsmark2|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60만에 육박하는 이 시대에….”
|contsmark3|
mbc <논스톱>은 끝났지만 앤디가 남긴 유행어는 유효하다. 대신 60만 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자들은 그들만의 웃음꺼리를 찾았다.
|contsmark4|
kbs <개그콘서트> ‘현대생활백수’는 겪어본 만큼 웃을 수 있는 코너다. 개그맨 고혜성은 언제나 꼬질꼬질 땟국이 흐르는 운동복 차림으로 방구석에 앉아있다. 하루 종일 잠잤기 때문에 주로 야식을 위해 수화기를 든다. “음~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네, 800원에 안되겠니?”는 돈 없어 굶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contsmark5|
그동안 백수들이 구박 받는 캐릭터로 웃음을 줬다면 이 코너에서는 변신에 성공했다. 일 하는 자를 당혹하게 한다. 돈 없이 살아가는 비법도 전수한다.
|contsmark6|
시청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도 있다. 나이를 확인한 후 반말로 일관하는 뻔뻔스런 캐릭터나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라며 우기는 대사들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화들을 풍자한다.
|contsmark7|
만화 <습지생태보고서>(저자 최규석·출판사 거북이북스)는 킬킬거리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지난해 경향신문에 연재됐던 만화의 모음집이다.
|contsmark8|
<습지생태보고서>는 리얼한 궁상만화다. 등장인물들은 지하 자취방에 모여 사는 가난한 만화과 대학생들이다. 하등동물이 서식한다는 의미와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는 습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습지’를 제목에 썼고, 이들의 사는 방식을 담았으므로 ‘생태보고서’다.
|contsmark9|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들을 보여준다. 매학기마다 350만 원짜리 부채를 쉽게 사는 ‘등록금놀이’로 위안을 받고 살며, 대학엘 간 건지 지구방위대에 간 건지 알 수 없는 s대 출신 친구들에 대한 뒷담화로 날이 밝는 줄 모른다.
|contsmark10|
최군은 입만 열면 청산유수로 사회현실을 비판하지만 쪼잔하다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친구가 교수에게 칭찬을 받자 자존심이 상해 소주병을 붙잡고 살다가도 누가 물으면 “신자유주의 파고에 휩쓸린 지구촌의 미래가 걱정돼서 삶의 의욕이 없다”고 말한다. 정군은 방세 5만 300원을 아까워하며 “제발 나 안볼 때 가져가 달라”고 울부짖는다.
|contsmark11|
얼핏 보면 대학생들의 생활을 담은 <논스톱>시리즈와 닮아있다. 그러나 <습지생태보고서>는 가난에 대한 적나라한 블랙유머가 담겨있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지만 “아버지 한 달 용돈이 4만원인 걸 알고 있냐”고 따지는 목소리와 “이건 죄짓는 게 아니고 남들이 다하는 그냥 연애일 뿐이다”고 항변하는 자신과 싸운다.
|contsmark12|
<습지생태보고서>에는 장밋빛 판타지가 없다. 가난한 젊은이들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 없고 배경 없는 이들에게 노력하면 다르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청춘들이여 논다고 기죽지 말라. 가난하다고 움추려 들지 말라. 백수나 가난으로 자신들을 마음대로 규정짓는 세상을 조롱하라. 차라리 ‘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 같은 고단수로 즐겁게 살자.
|contsmark13|
황지희 기자
|contsmark14|
|contsmark15|
|contsmark16|
|contsmark17|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