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비평] ‘누가 뻐꾸기를 죽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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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영화를 보는 정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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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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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지난주 한미 fta 체결을 위해 한국영화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영화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에는 지난 76년 월간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8월호에 실린 고 하길종 영화감독의 ‘누가 뻐꾸기를 죽였느냐’는 한국영화 비평 글을 소개한다. 30년 전과 현재의 한국영화계를 동시에 보면서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30년 전 정부는 검열과 탄압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가로막았지만 현재의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무기로 만개한 한국영화의 싹을 자르고 있다. 변한 것은 없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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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영화는 사상 최대의 불황기를 겪고 있다. 외국 문화영화만 상영해도 개봉관에는 10만 명이 넘게 든다. 영화의 질에서도 수준급 한국 영화보다 떨어지는 외국의 싸구려 오락영화도 개봉관에선 10만명을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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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장사진을 치고 극장 앞에 서 있는 한국 사람을 보고 외국인들은 입을 딱 벌린다. 그런데 한국 영화는 어떤가. 제작된 영화의 반 이상이 고작 1만명의 관객도 모으기 어렵다. 올해 칸느 영화제에 북한의 작품 두 편이 본선에 진출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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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무슨 경사라도 났다고 없는 돈을 끌어모아 우리가 아시아 영화제를 이 불황 속에서 개최한다고 나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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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책 영화를 만들어라, 새마을 영화를 만들어라, 그래야 지원해 준다”고 외친다. 그래서 영화인들이 새마을 교육을 받고 산업 시찰을 다닌다. 영화진흥공사를 통해 제작된 이른바 국책 영화는 철저하게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영화가 지닌 본성을 벗어나 불순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때 영화는 필패한다. 줄거리 잇기만 허둥대는 홍보성 계몽영화를 누가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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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6월 15~18일 부산에서 열린 제22회 아시아 영화제에는 우리 영화 5편이 출품돼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노른자위 상들을 휩쓸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가. 이 3류 영화제의 영광이 우리 영화의 장래를 얼마나 맑혀 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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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인도와 같은 영화선진국들은 이번 아시아 영화제에 관심조차 없었다. 아키라 쿠루자와, 오시마 나기사, 킹 후, 사티아지트 라이같은 아사아 거장들은 아예 출품조차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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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영화는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76년 오스카 상 주요부문을 모조리 차지한 미로스 포만 감독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나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도청문제를 다뤄 칸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화>같은 작품들은 모두 병든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과감히 폭로해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려는 미국 영화인들의 끈질긴 노력이 엿보인다. 미국 영화는 1946년 최고의 황금기 이후 70년대 들어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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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영화계는 어떤가. 검열은 더 강화됐다. “으스러져 가는 도시의 뒷골목은 찍지말라”, “비참한 모습은 잡지 말라”는 등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다. 창의력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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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 전성기 뒤에는 뉴욕 린제이 시장이 영화인에게 무료로 도시를 자유롭게 찍도록 한 이야기가 있다. 가르댕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영화 부활을 위해 직접 집행위원장이 돼 영화검열제도를 없애 버렸다. 이들 뿐이 아니다. 브라질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스페인 감독이 만든 <까마귀 사육>이 76년 칸느영화제 특별상을 받은 점을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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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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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뻐꾸기를 죽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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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76년 8월호 영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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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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