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살인의 시대를 보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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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 <황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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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 가죽잠바에 검은바지를 입은 사람이 경구(김지훈) 집 앞에서 한 아이를 불러 세운다. 그는 경구 방에서 이상한 라디오 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묻는다. 그날부터 경구는 간첩 신세가 되고 만다. 소작농 자식 경구는 지주의 처남인 중앙정보부 정과장(이기영)의 딸 홍연(이인혜)을 사랑한게 죄라면 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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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간첩이라면 간첩이 되는 시대. ‘사법살인’이 통했던 그때. 1심 재판에서 사형판결 24시간도 안돼 형이 집행됐던 것처럼 미란다 원칙이고 인권이고 없었다. 그 시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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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황금사과>(수목 오후 9시55분)는 60년대 후반부터 80년 중반까지 17년 동안 뒤틀린 현대사를 살아온 3남매의 사랑, 분노,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소작농 가족과 당시 가진 자로 대표되는 지주, 이 두 집안의 악연은 출세에 눈이 먼 지주 박병삼(이덕화)의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극중 밑바닥에는 70,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 폭력에 무기력한 개인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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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주인공 경숙(박솔미)의 새엄마가 소작농인 아버지 천동(최일화)을 저버리고 지주인 박병삼(이덕화)과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새엄마(방은희)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박병삼과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된 얼마 후 변사체로 발견된다. 경숙 아버지는 고문을 이기지 못한 한동네 이웃 순식이 아버지(정승호)의 거짓 증언으로 범인으로 지목되고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하고 만다. 10여년이 지난 후, 장성한 양 집안의 자식들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분노가 뒤엉켜 진행되고 새엄마 죽음에 대한 의혹을 풀기위한 3남매의 추적은 계속된다. 드라마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황금사과>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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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과>는 그동안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냈던 <옥이이모><서울의 달> <서울뚝배기> <파랑새는 있다>의 김운경 작가가 3년 만에 들고 나온 작품이다. 인스턴트 같은 트랜드 드라마와 달리 진한 장국맛을 느낄 수 있다. 신창석 pd 역시 <무인시대>와 <명성왕후> 등으로 갈고 닦은 실력을 현대극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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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신인기용과 감칠맛 나는 조연들의 연기는 <황금사과>의 볼거리다. 3남매와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낸 동네 어르신들에서부터 술집작부 등 각각의 캐릭터는 사실적이다. 중풍 맞은 어른에서부터 자동차 정비공, 막노동꾼까지 조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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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드라마의 초반부 치밀한 극전개와 복선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이들 3남매가 원수 같은 두 집안의 자식들과 겪어야 할 운명적인 사랑 때문에 새엄마의 죽음이 극의 열쇠이자 모티브라는 사실을 놓치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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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야기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박병삼의 아들인 종규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고엽제 후유증이 아들에게까지 대물림된다. 경구를 간첩으로 몰았던 정과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과거의 명성과 부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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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달아 올랐지만 유력한 용의자 박병삼의 기사를 좇는 과정에서도 어린시절 주인공들의 목격에만 치중할 뿐 추가적인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등 치밀함이 떨어지고 있다. 남아있는 6회 분량에서 참신한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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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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