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비평]후보자 출연을 막은 방송위 결정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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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보도 원흉들의 편파보도 걱정

|contsmark0|최근 방송위원회가 지방선거 후보자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금지시켜 국민의 알권리와 방송의 편성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19년전 87년 대선을 앞두고 방송의 보도태도를 비판한 당시 한 월간지의 비평을 보고 지금 벌어지는 선거방송심의규정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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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다, 그 편파 보도’- 관훈클럽 토론회의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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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가 이경순씨가 <샘이깊은물> 87년 12월호에 쓴 방송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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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16년만에 첫 직선제 대선을 앞두고 관훈클럽의 대통령 후보 4명 초청토론회가 방송망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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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0일 첫 토론회가 방송 뉴스로 보도될 때부터 11월 15일 전체 녹화중계가 끝나기 까지 방송사가 보여준 보도 태도는 앞으로 있을 선거 유세 방송에서 편파보도의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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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kbs와 mbc는 앞 다퉈 이 토론회를 전면 생중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토론회 첫날에 느닷없이 중계를 취소하고도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밤 9시 메인 뉴스때 일부만 발췌 보도해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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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방영된 4번의 발췌 보도도 극단적 편파보도였다. 우선 뉴스 길이에서 후보간 심한 차를 보이는 불공정 보도였다. 맨 먼저 방영된 김대중 후보에 대한 보도는 kbs가 5분12초, mbc가 3분50초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노태우 후보는 16분20초와 14분5초로 김 후보의 3~5배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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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이상의 토론회를 일부 발췌하면서 전체 내용을 요약하거나 중요 정책을 보도하기보다는 야당 후보에게는 부정적 내용과 오해를 남길 부분만 거두절미해서 내보냈다. 여당 후보에게는 비록 불리한 질문이라도 충분히 해명할 시간을 줘 전체적으로 긍정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편집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편파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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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과 사회 여론의 빗발치는 요구에 처음 예정대로 삭제없이 전면 방영한 11월 14일과 15일의 녹화중계도 역시 발췌 보도처럼 불공정했다. 이번엔 방송시간대를 놓고 장난을 쳤다. 11월14일(토요일) 낮 3시, 가장 먼저 전체분을 녹화방송한 김대중 후보의 경우 방영 4시간 전에야 첫 예고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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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대 평균 시청률은 고작 30%다. 반면 노태우 후보의 전체 녹화분은 방송 전날과 당일에도 여러 번 방송 예고가 나갔고 시청률도 앞서 김후보의 배가 넘는 15일(일요일) 저녁시간대에 방영됐다. 아직도 방송 편성의 독립성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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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 정도이니, 본격 선거기간에 돌입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 조작이 얼마나 더 기승을 부릴까. 어떤 후보는 심술스러워 보이고, 어떤 후보는 겉늙어 보인다. 모두 카메라 각도에 따른 조작이다. 유세 현장에서도 카메라 위치와 각도에 따라 청중의 수는 언제던 부풀리거나 축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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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땅의 민주화를 여는 대통령 선거를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 렌즈에 굴절돼 브라운관에 비친 후보자의 말솜씨와 얼굴과 표정 같은 겉모양새에 끌려 왜곡된 이미지에 표를 던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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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87년 대선에서 방송사의 이미지 조작과 언론의 편파보도 덕분에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다. 그런데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방송사 기자와 pd, 카메라 기자들이 자청해서 노 후보에 이미지 조작에 나섰나. 총칼과 인사권을 쥔 국가권력이 이 모든 조작의 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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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가권력이었던 민정당은 현재의 한나라당을 낳았다. 19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은 이미지 조작 등을 우려한 나머지 방송위를 압박해 후보자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금지시켰다. 지금은 총칼을 쥔 권력도, 그에 편승해 출세를 노리는 방송인도 없다. 조작할 근거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이런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방송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린 곳은 방송위원회다. 위원회의 수장은 26년전 신군부에 끌려가 고문과 구속, 해고를 각오하면서도 방송 편성권 독립을 외쳤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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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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