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2 - 시사풍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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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2 - 시사풍자 프로그램
풍자의 이름으로 여는 새로운 문 <시사터치…>, <데이트라인> 등 시사풍자 프로그램
  • 승인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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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시사풍자 장르는 현실비판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산하고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의도한 바를 통쾌하게 일궈낼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은 제작자로 하여금 소재를 발굴하고 요리해내는 기술에 있어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게 하는 만큼 그 파급효과 또한 기대 이상으로 나타난다.이렇듯 충분한 흥미요소를 지닌 시사풍자 관련 프로그램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kbs2 <시사터치 코미디파일>과 sbs <주병진 데이트라인>은 코미디에 쟁점을 두고 시사적인 요소를 가미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과거의 시사코미디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을 가진다. 요즘의 시사풍자 프로그램은 시사풍자에 좀더 가깝게 눈을 맞추고 정치와 성, 사회현상 등을 소재로 다루는 데 있어 좀더 다양하고 세련된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정치인과 정부의 부패, 무능함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교묘하게 포장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의 억압적인 상황은 시사풍자 코미디가 주는 감정의 자정효과를 오히려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여 제작진의 의도를 한층 살려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현 대통령을 풍자의 한마당으로 끌어들이는 등 더욱 과감하게 현실을 게시할 수 있는 새시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시사풍자에 있어서도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전개방식의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그러나 소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다루냐 하는 문제로 들어가면 적지않은 과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풍자의 경우 국민이 가장 스트레스받는 부분―가령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이나 권력층의 위선적 행태를 통렬하게 풍자할 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겠으나 단순한 조크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형곤이 소개하는 뉴스나 ‘특별대담’(cg를 활용한 가상대담:11/26 김대중, 12/3 김영삼)은 의욕적인 시도로 칭찬할 만하나 내용의 통렬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contsmark2|섹스를 소재로 한 조크의 경우 코미디에서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건 상식이다. ‘방송의 교육적 측면’이란 관점에서 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이를 금기시하는 건 지나친 ‘엄숙주의’를 낳을 수도 있다.그러나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경우 모두 ‘야한’ 소재를 찾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섹스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무조건 아이템화하는 경향이 있다. 불법안마시술소를 주요 아이템으로 다룬 것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것이다.
|contsmark3|정치건, 섹스건 잘 용해되지 않으면 ‘소재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에서 오래 전에 방송한 투시카메라나 누드모델 같은 아이템도 마찬가지이다.여기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것이 있다. 소재의 영역이 확장되었다고는 하나 선정에 있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절대적인 한계이다.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비난받는 사항에 대해 집단이기주의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발동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비판을 풍자의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 고발성 보도의 경우보다 반발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풍자를 통한 비판이 적절한 경우에도 특수정치·특수종교집단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제작이 거절되는 상황이 생겨난다.
|contsmark4|자신의 잘못을 꼬집는 풍자에 대해 여유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기는 기득권층도 마찬가지다. 사실로 보도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풍자의 틀에 담겨 내보이는 것은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는 그들의 태도가 문제다. 풀린 듯 보이는 규제 속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규제가 숨어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그러므로 시사풍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분위기 조성이 반드시 뒤따라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것이 가능할 때 수준있는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발전도 생겨날 수 있다.이러한 소재주의의 함정을 어렵게 벗어난다 하더라도 풍자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시사풍자 프로그램으로의 등극은 머나먼 얘기가 되고 만다. 풍자에 담긴 웃음은 너무나도 비조직적인 조직에 대한 조소와 비아냥거림이 근저를 이루며 이에는 사회적이고 이성적인 의미가 포함된다. 웃음의 속성중 하나인 이 사회성이란 결국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납득이 되는’ 웃음을 뜻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은 바로 소시민이다.그렇다면 제작진은 이들에게 풍자를 던질만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얼마전 <주병진…>에서 조개구이에 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소시민적인 이 아이템을 스튜디오에서 전달할 때는 소시민과는 심한 거리차를 두었다.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 사회성을 획득한 풍자, 그리고 이를 통한 소시민의 공감대 형성, 이 세가지 요소가 적절히 맞아 떨어질 때 시사풍자 프로그램은 비로소 제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시민의 진정한 공감은 그들의 분위기와 심정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여기에 완벽한 시사풍자 프로그램으로의 열쇠가 있다.
|contsmark5|풍자가 지니는 소시민적인 웃음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문가의 견해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선택한 소재에 대한 책임의식 속에서 사회이념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대안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단 선정된 방향에 관해서는 외부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여 제작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시사풍자 프로그램이 단순한 개그와 딱딱한 정치소재의 중간에 어설프게 존재하지 않도록 모든 요소요소에 대한 각별한 고려가 요구되는 것이다.이제 또다른 의미에서의 첫발을 떼는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숙제는 소재주의 및 소재선택의 한계를 힘겹게 극복해내고, 소시민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는 건강한 풍자의 향기를 뿜어내는 일이다.
|contsmark6|<방송비평위 공동집필> |contsmar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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