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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권 침해에도 방송사는 무반응

|contsmark0|방송현업단체가 중심이 되어 ‘선거방송심의규정 제20조’에 대한 불복종운동의 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른바 ‘후보자 방송출연 제한’ 조항이다. 선거일 90일전부터는 뉴스나 토론이외의 프로그램에서는 후보자의 얼굴이나 말을 내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친일행각과 관련하여 어느 후보를 다루었다고 해서 말썽을 빚은 바로 그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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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선거가 가까워지면 선거내용이 특정인에게 편파적인지, 불공정한지 심의한다. 선거법에 따라 설치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그 일을 맡는다. 기간은 선거전 120일, 선거후 30일로 모두 150일간이다. 독립적이지만 한시기구이니 시무기능이 없어 방송위원회가 주관해서 관리한다. 그런데 방송위가 입법취지를 잘 몰라 산하기구로 잘못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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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심의규정을 만들기란 어렵다. 그 까닭에 편의상 방송위가 마련한 심의규정에 따라 심의한다. 그런데 문제의 20조 대로라면 뉴스와 토론 말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정치문제를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pd연합회,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이 조항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며 개정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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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은 후보자의 출연뿐만 아니라 출연효과를 주는 음성과 영상도 방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뉴스는 대체로 사실만 간단하게 전달한다. 추적보도-집중보도는 시사프로그램이나 교양프로그램에서 주로 취급한다. 그런데 그 같은 방송을 하지 말라니 이것은 한마디로 후보자 검증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정치인의 비리가 밝혀지더라도 눈을 감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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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도 그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개정할 의향을 비쳤다. 그런데 정치권의 반발이 드세지자 그 위세에 눌려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선거법에 그 내용을 넣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는 불복종운동이 실천에 옮겨질 테니 5·31 지방선거를 치면서 마찰음이 커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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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금지를 하다 보니 이런 조항이 생겼다. 없애도 편파보도-왜곡보도를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 심의의 잣대는 공정성-객관성-형평성이다. 방송내용이 특정후보에게 유불리한지, 불공정한지, 불공평한지 따진다. 특정후보가 출연했더라도 다른 조항을 갖고 제작의도를 판단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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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을 제정한 동기는 순수할지도 모른다. 이 나라 방송은 군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편파보도-왜곡보도를 통해 독재정권의 영속화에 기여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집권세력이 방송을 장악하리란 피해의식도 가짐직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냔 말이다. 특정정당을 향해 나팔을 불기에는 언론-정치환경이 너무나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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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은 편성권을 제도적으로 침해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치권력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뺏으려는 데도 방송사 차원에서는 무반응이다. 일개 규정이 헌법이 선언한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데도 하찮은 일로 여기는 모양이다. 언론이 다양한 정보를 충분하게 전달하지 않아 국민이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또한 참정권을 제약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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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정치를 미디어정치(mediacracy)라고 말한다. 정치인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말하고 언론이 그들의 언행을 검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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