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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프랑스 방송의 주제는 ‘연대’
  • 승인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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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용MBC 파리주재 PD특파원jinyong@worldnet.fr제가 PD특파원이라는 자격으로 파리에 도착한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갑니다. 무언가를 다 알아내기에 충분한 기간은 못된다 할지라도 지난 시간을 반추하면서 새로운 모색을 하기에는 적당한 기간이었던 듯 싶습니다. 물론 반추와 모색도 방송과 그 주변 언저리를 벗어나진 못했겠지요. ‘방송을 통한 프랑스 읽기’라고나 할까요. 저 같은 이방인에게 프랑스 TV는 프랑스 안을 엿보기 위한 도구였던 셈입니다.프랑스 사람들은 방송에 관한 얘기를 할 때 PAF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PAF는 Paysage Audiovisuel Fran aise를 줄인 약어인데, 번역하면 ‘프랑스 방송계 풍경’ 정도가 됩니다. PAF는 이곳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주요 신문들도 문화, 연예면과는 별도로 한 면을 PAF에 관한 소식으로 할애합니다. 방송을 연예와 동의어인 것처럼 다루는 우리의 신문풍토와는 다른 모습이지요.그러한 요즘의 PAF는 어떠냐구요?프랑스의 겨울은 노숙자들이 TV에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올해는 유난히 빨리 엄습한 추위로 11월부터 4명의 노숙자들이 죽었다는 뉴스가 겨울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TV는 또 르뽀르따쥬나 매거진 프로 등을 통해 노숙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진단합니다. 겨울만 되면 동사자가 속출하면서 노숙자문제는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변하는 거죠. 거기에는 프랑스 신문과 방송들이 평소와 달리 한 목소리를 냅니다. 사회적 양심과 연대 의식을 촉구하는 거죠. 신기한 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모처럼 일사불란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겁니다.세계 에이즈날인 12월 1일을 즈음해서는 Sidaction이라 부르는 모금 방송이 있었습니다. 모든 방송사와 방송인들이 총출동한 것으로 에이즈 치료기금모금을 위한 쇼프로 형식이었죠. 그 다음 주말엔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30시간 모금 생방송이 Telethon이란 타이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정도야 우리 방송이 늘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하시겠죠. 하지만 이런 방송들이 제게 구경거리가 된 것은 프랑스 방송에서는 우리식 캠페인 방송은 거의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있다면 앞에 언급한 것들이 전부인데 그것도 시청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선을 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런 방송들이 경쟁방송사간에 협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모금액을 경쟁하거나 스타 출연 여부를 두고 방송사간에 무모한 신경전을 벌이지 않습니다. 1부는 최대 민방인 TF1이 방송하고 2부는 공영인 FR2가 방송하는 식입니다. 그러면서 모든 방송사가 예고를 내보내는 등 그야말로 전 국민적 행사로 만들면서 프랑스식 연대의 장을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심한 시청률 경쟁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간의 그러한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고 나아가서는 국민들을 세련되게 동원해내는 이들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프랑스의 겨울은 연대의 시즌이라는 걸 실감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방송은 지금 이 겨울에 어떤 풍경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호부터 해외리포트에 파리통신을 신설합니다. 필자인 최진용 PD는 1985년 MBC에 입사, <인간시대> 등 다수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1996년 3월 1일부터 파리주재 PD특파원으로 근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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