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contsmark0|한용길 cbs 제작부 차장
|contsmark1|엊그제 시작한 것 같았던 1998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해마다 이맘때면 한 해를 정리하는 일로 분주한데 방송계와 음반업계도 예외는 아닐 성싶다. 지난 주 일간스포츠에서 주최하는 골든 디스크 시상식을 필두로 각 신문사마다 또 각 방송사마다 올 한해 열심히 창작활동을 해왔던 가수들과 그들이 발표한 음반에 상을 주는 시상식들이 줄을 이어 거행될 것이다. 각 언론사마다 자기들의 기준으로 시상식을 거행하겠지만 음악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한 해를 보낸 프로듀서들 나름대로 올 1년을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 같다.
|contsmark2|올 여름 하반기에 나는 내가 제작하고 있던 음악프로그램에서 청취자들이 직접 선정한 ‘내 마음속의 가요 베스트 20’을 실시한 적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10곡씩 적어 보내달라고 했고, 대략 3백명 정도가 참여를 했는데 그 결과가 아주 예상밖의 일이었다. tv화면에 자주 비치는 비디오형 가수들이나 한때 반짝하고 사라져가는 아이돌 스타가 아닌, 우리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30·40대 가수들과 라이브 무대에 충실히 서온 가수들 대부분이 ‘베스트 10’ 안에 들어와 있어 그 결과가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다.
|contsmark3|tv나 라디오로 자주 볼 수 없거나 들을 수 없는 가수들 대부분이 ‘베스트 10’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내게 여러 가지 시사한 바가 컸다. 물론 cbs fm을 즐겨듣는 청취자들의 성향이 여타 다른 방송사의 청취자들과 음악을 듣는 취향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은 방송사에서 즐겨 들려주는 음악이나 보여주는 음악이 시청자 또는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과 다소 괴리감이 존재하지 않냐는 점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애정을 갖고 살펴본 사람들에게는 쉽게 발견되는 점이다. 혹 우리는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는 편의적인 이유로 이런 것들을 쉽게 지나쳐 버리지는 않은가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contsmark4|미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쉽고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빌보드잡지가 필요하듯 우리나라 음악방송의 현주소를 쉽게 알기 위해서는 뮤직박스라는 차트 한 장이면 충분하다. 이 뮤직박스라는 차트지는 한주간 각 방송사에서 방송했던 노래들의 방송(air play) 회수를 종합한 것을 모아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각 방송사의 음악 선곡의 성향을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음반을 홍보하는 매니저들의 발길이 더 분주해지고 경쟁심이 과열되기도 하지만 이 한 장의 차트지로 우리나라 음악방송이 가는 길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차트지의 순위와는 무관하게 내 프로그램을 즐겨듣는 청취자들이 만들어준 차트는 큰 차이가 있어 방송에서 즐겨 들려주는 음악과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과의 괴리를 좁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contsmark5|얼마전 경기도 미사리 부근의 소위 라이브카페촌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30·40대의 포크 계열의 가수들 대부분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방송에서 밀려서(?) 또는 방송에서 이들이 노래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이 라이브 카페촌이야말로 즐겨 그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무대였고 또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연일 초만원이라고 하였다.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어느날 갑자기 tv화면을 도배질하듯 나타나 벼락 인기를 얻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게 사라져가는 아이돌 스타보다는 그래도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어쩌면 이들이 더 행복한 음악인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contsmark6|요즘 30·40대의 가수들은 음반 한 장 내기도 힘들다고 한다. 10대 위주로 경도된 음악방송과 이로 인한 음반 판매부진의 악순환이 그들의 창작욕구를 꺾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젠 깊이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10대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가수들의 음악성을 의심하거나 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대중음악은 10대부터 50·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계층에 맞게 다양하게 공존해야 하는 것은 절대 기본적인 사실이니까!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한 쪽으로 치달려가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얼마전 미국에서 발매된 divis live라는 앨범을 이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2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의 여가수들이 각기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노래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이런 다양한 음악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미국인들이 정말로 부러웠던 적이 있다.
|contsmark7|얼마전 한국포크음악의 기수라 불리우는 가수 한대수 씨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음반 한 장을 내고 싶은데 선뜻 음반을 발매해줄 레코드사 찾기가 힘들다는 그분의 얘기를 듣고 깊은 절망감에 빠진 적이 있다. 혹 이런 대중음악의 현주소가 우리 음악 pd들의 잘못은 아닌지? 일본 대중음악 개방에 맞춰 정말 경쟁력 있는 음악인들을 길러내는 일이 바로 우리가 해야될 일이 아닌지? 올 연말 대중음악 시상식엔 정말 상을 받아야 될 사람이 빠지지 않았는지 애정어린 관심으로 올 한 해 음악계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contsmark8|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