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의 눈] 신입 PD들에게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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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의 눈] 신입 PD들에게 권함
  • 주 철 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승인 2006.04.0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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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열세 살 이후 줄곧 눈을 뜨나 감으나 운동화만 보였다는 한 대학생이 있다. 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용돈을 아껴 230 켤레의 운동화를 수집한 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브랜드 운동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복학생인 이 청년은 세계적인 운동화 생산회사를 경영한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전문가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운을 떼면서 수업은 자연스럽게 pd의 전문성으로 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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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를 연출한 이병훈 pd가 환갑을 넘었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2006 사랑과 야망’의 곽영범 pd 역시 올해가 환갑이라고 했더니 역시 놀란다. 이들은 방송계가 인정하는 사극과 멜로의 전문가다. 수련기를 거친 후부터 줄곧 한 분야만을 파고든 결과다. 팔방미인을 꿈꾸는 일은 스스로를 종합선물세트로 만드는 행위다. 과자가게에서 가장 안 팔리는 게 종합선물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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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을 뗀 신입pd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pd라는 게 그렇게 유망한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사 후 여러 차례 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환영파티를 한다면서 왜 희망 대신 겁을 주었을까. 보고 듣고 겪은 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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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에 소속돼 있는 숱한 pd들 가운데 지금 작품 활동하는 연출가로 50세가 넘은 현역이 몇 명이나 될까. 살아남은 자들에겐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갓 스타트라인을 밟은 신입pd들은 당장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수업에선 학생들에게 이른바 uu작전을 세우라고 권한다. 보편적(universal)인 가치와 자신만의 독특한(unique) 가치를 함께 배양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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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기와 더불어 기본기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 ad시절에는 이곳저곳 다 기웃거리더라도 정식데뷔 이후엔 세분화한 하나의 장르를 택하여 그 분야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그게 본인 뜻대로 되냐고 묻는다. 이 물음에는 ‘월급 한 푼도 안 받고 그냥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배우면 안 되냐’고 묻는 순진한 pd지망생에게 던지는 대답으로 대신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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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선 스스로 배워야 한다. 가장 끌리는 분야에 목숨 걸고 도전해야 한다. 그 결과 싸움터도 놀이터가 된다. ‘서동요’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보니 이병훈 pd의 얼굴이 여전히 해맑다. 동안선발대회에는 못 나가도 동심선발대회에 나가면 우승할 얼굴이다. 그는 시간에 쫓겨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게 분명한데도 못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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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뿐 아니다. 예능과 교양 분야에서도 세분화한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 싹이 나오려면 터를 고르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물을 주고 보살펴야 한다. 본인의 의지와 욕망, 그리고 회사의 안목과 배려가 필수적이다. 큰 그림의 계획도 없이 허둥지둥 살다 보면 쉰 살은 금방 온다. 전문가가 되어야 산다. 전문가를 키워야 산다. 신입pd들에게 조언한다. ‘골고루’는 먹는 데 긴요한 부사다. 목표는 ‘오로지’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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