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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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의 의무
손석춘/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 관리자
  • 승인 2006.04.1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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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공영방송의 사장은 경영만하는 자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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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개혁적인 인사들이 kbs와 mbc의 사장직을 차지하고 앉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적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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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30일,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가 낸 성명이다. 공영방송이 공론장 구실을 못하고 있어서다. 성명도 강조했듯이 3월 28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시민사회단체들을 망라해 270여단체로 출범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침묵했다. 성명은 개탄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하락하고, 탄산음료를 학교에서 팔수 없으며, 영국에서는 정크푸드를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매일 생존의 위협 앞에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모습은 없다. 자사 탐사보도팀이 한국 언론 최초로 무슨 상을 받았고, 그물에 신음하는 수달 뉴스는 있지만, 철도노동자들의 절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외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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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단체가 노상 하는 소리라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한국방송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필자 또한 한국방송을 오래전부터 비판해왔다. 가령 부자신문의 여론몰이를 모르쇠한 박권상 사장을 비판하는 칼럼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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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연주 사장이 들어선 뒤 한국방송 비판을 자제했다. 자칫 ‘오해’가 있을까 우려해서다. 정 사장이 한겨레신문의 논설주간 시절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석 달 앞두었을 때 돌연 칼럼 중단을 통보받았다. 그것도 편집국의 여론매체부 기자로부터 전화로 받았다. 당혹스러웠다. 이유가 궁금했다. 정 주간에게 물어보자 되레 필자에게 “신문지면을 사유화 할 셈이냐”고 다그쳤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다. 정 주간이 한국방송 사장이 되었을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방송을 비판하기 어려웠다. 정 사장이 필자의 비판을 ‘개인 감정’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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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정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비판에 더 망설이는 이유다. 하지만 더는 침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고 있어서다. 정 사장은 노동운동이나 민주노동당을 보는 태도에서 확연히 나타나듯이 진보인사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한미관계에 관한한 전향적이었다. 가령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다. ‘조중동’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그래서다. 그가 한국방송 사장이 되었을 때 적어도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관계 사안에서 제 구실을 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파병반대운동이 불붙을 때 한국방송은 냉담했다. 한미관계 보도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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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흘러 노무현 정권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여론수렴의 절차도 없다. 막무가내다. 협상 진행과정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학술단체에서는 심지어 “제2의 한일합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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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일까. 왜 방송은, 공영방송 한국방송은 침묵하고 있을까. 더러는 사장이 방송뉴스에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영방송 사장이 단순히 경영만 하는 자리는 아니다. 공영방송이 공론장 구실을 못할 때 그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 보도책임자나 편성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은 공연히 주어져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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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다. 정색을 하고 정 사장에게 묻는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방관할 셈인가. 이라크 파병이 그렇듯이 협정도 노 정권이 추진하는 일이기에 침묵할 셈인가. 한국방송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회여론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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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잘못된 여론은 비단 ‘조중동’ 때문이 아니다. 부자신문이 일방적으로 협정에 찬동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정 사장에게 진보적 방송을 하라고 촉구할 뜻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한겨레 논설주간을 역임한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더는 침묵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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