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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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3
소재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오락도구로 희화화는 문제
오락프로그램에서의 어린이 참여
  • 승인 1998.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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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금까지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스타들의 신변잡기로 쉽게 재미를 보았다. 인기 있는 연예인을 등장시키면 저렴한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연예인 참여 프로그램이 소재의 빈곤,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일반 시청자들이 오히려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하자,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늘어났다. 방송에서 시청자가 소품(?)으로 취급받아 방청객이나 박수부대로 등장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자기의 생활공간까지 오락프로그램에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그 범위가 노인층, 학생층, 유아 그리고 심지어 신생아 출산 순간까지 확대되었다. 농담 섞어 말해서 이제 임종 순간만 다루면 일생이 모두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의 영역으로 포괄될 수 있을 정도이다.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텔레비전 화면 안에 등장하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발상의 전환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스타를 기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스타만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의 모습들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음을 깨달은 결과이다. 여기에는 텔레비전 40여년의 경험이 시청자들에게도 축적되어, 일반인들이 tv카메라 앞에서 그것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고 또 그대로 행동해 보여줄 수 있게 된 것도 한 밑천하고 있다.제작의 현장에서 일반인을 다루는 방식이 다양하게 고안되었지만, 그 기본 경향이 소재주의로 흘러왔다는 점이 문제이다. 조명되는 일반인들이나 그들의 삶의 모습이 오락의 대상으로 윤색된다는 점이다. 즉,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조명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오락성에 맞춰 일종의 연기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처지가 되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소재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들의 주체적인 인격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문화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제 텔레비전 카메라가 삶을 규정한다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을 만큼 삶의 전 면모가 텔레비전 카메라의 시선 앞에 놓이게 되었다. 전문 연기자들이 맡아온 드라마나 삶의 활력소와 조미료로서의 오락프로그램들이 이제 이색소재, 새로운 구경거리로서 일반인들이나 그들의 일상적인 행태들이 도입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삶에 대한 성찰이나 공감 쪽이 아니라 삶에 대한 피상적인 수준에서 고착되고, 진지하지 못하게 인식되도록 기능하였다는 점이다.특히 쇼·오락의 소재로 도입 개발되고 있는 탓에 다양한 방식의 볼거리 제공 쪽으로 윤색되고 연출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프로그램들에서 중심은 카메라가 되어, 카메라가 원하는대로 일상의 모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건화된다. kbs <비디오 챔피언>에서 장보기에 나선 아이는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각종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또, sbs <감동tv 아이 러브 아이>의 유아 기어가기 경주는 그런 실험과 오락 대상화의 극단적인 사례이다.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의 ‘유치원에서 온 편지’ 코너에서는 꼭 달려와서 발언해야 하는가. 그런 방식의 연출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아니면 일본에서 그렇게 했으니 우리도 다만 그대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이제 텔레비전 카메라는 시청자의 삶의 무대를 무차별 노출시키고 있다. 더구나 인위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몇 가지의 흥미있는 소재와 내용으로 단순화하고, 오락화하는 장치로 삶을 희화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오락프로그램에서 어린이를 참여시킬 때 어른의 눈높이를 통해서 아이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어린이는 ‘덜 자란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미완성의 존재가 아니라 그 단계마다 고유한 인격체의 정서가 있다. 이른바 동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락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이 참여했을 경우, 첫째, 조롱의 대상·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고, 둘째, 과장된 효과음·자막·나레이션 등의 삽입으로 결과적으로는 참가한 사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포장된 경우가 많았다.그나마 동심이 살아 있는 곳이 kbs <세상체험, 아빠와 함께>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빠의 직장에 찾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가 뒤쫓는 방식은 초보적인 수준에서 아이의 모습을 가감없이 따라가며 엿보고 있는 점이 일상의 프로그램화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으로 여겨진다. 또한 bbc <텔레토비>의 경우에서처럼 카메라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친구’라는 전제 하에 연출하지 않고 담아내는 인내의 연출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삶은 카메라가 가지고 노는 대상이 아니라 카메라가 뒤쫓으며 보고, 느끼고, 소통할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이처럼 어린이의 오락프로그램 참여는 연출과 윤색이 강하게 개입하는 쇼·오락으로의 방향보다 그것 자체를 뒤따라가며 관찰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면, 지금과 사뭇 다른 형식들이 개발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심지어 지금처럼 쇼·오락화한 경우에도 세대간의 이해와 교감의 계기가 되어주는, 즉 어른의 눈높이로 어린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프로그램의 장점이 더욱 발전해왔을 것으로 본다.<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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