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깎인 연봉 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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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깎인 연봉 천만원
지 웅/CBS TV본부 제작부장
  • 관리자
  • 승인 2006.04.19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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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월급이 깎였다. 제법 많은 액수다. 한 달에 51만 3천 5백 7십원. 기본급 기준이니까 상여금까지 친다면 1년에 천만원 가까이가 줄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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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들어지는 보직수당 40만 원을 생각한다면 이번에 깎인 액수는 5백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보직이야 (다행스럽게도)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체제에 살고 있는 몸이니, 별다른 위로가 될 리 없다. 3년에 걸쳐서 급여가 조정된다는 것도 위로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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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 살림살이에, 날아가는 연봉 천만 원은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다. 당장 어떻게 지출을 조정해야 할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은 지금까지, 미리 예산 계획 세워서 살아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큰 죄 진 것도 없는, 천진무구한 pd일 뿐인 나에게 왜 이리 큰 시련이 떨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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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회사의 인사·급여체계의 개편 덕분이다. 상사의 평가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던 직급제, 이른바 ‘신인사제도’에서, 연공서열제인 호봉제로의 ‘대회귀’가 바야흐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과 많은 급여의 ‘특혜’를 누리고 있었던 나 같은 사람들이 원래의 ‘평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급여 차이를 맛보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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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알고 보면, 분할 것도 없고 억울한 사연도 없다. 오히려 그 동안, 동료들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아온 데 대해서 자아비판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같이 고생하고 같이 일하면서도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급여를 누렸으니 말이다. 더구나 과거, 경영진에 의해 인사가 악·오용된 사례를 익히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저 못 본 척 뭉개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사실, 이야기를 하자면 할 말은 있다. 승급 승진 안 하고 데스크 같은 직책 안 맡고, 현업에서 제작자로서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가 승급 시켜달라고 했나, 누가 부장 하고 싶다고 했나, 이런 푸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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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pd들이 방송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사와 급여 제도도 결국은, pd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pd들이야 뭐, 그런 인사제도 같은 데 신경이나 쓰나” 하고 자못 통 크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역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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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인사·급여 제도에 대해 가장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pd다, 라고 말한다면, 나름대로 한심하기도 하지만 또 나름대로 진실을 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문제는 이 한심한 사람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적절할까 하는 것이다. 월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야만 프로그램 제작에 신경 쓸 pd가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똑같은 월급을 받아야만 일할 맛이 난다는 pd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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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이번 제도 변경이 pd들의 인사·급여제도 논의에 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좋은 제도가 앞으로 마련될 수 있다면, 까짓것, 연봉 천만 원 깎이는 것 따위, 뭐 대순가. 역시 한심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contsmar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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