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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어의 꿈’ vs MBC ‘타인의 취향’

성폭력은 피해자가 죄의식을 갖는 유일한 범죄다. 그 고통은 주변 사람들의 심장까지 할퀸다. kbs 특집 2부작 드라마 ‘연어의 꿈’과 mbc <베스트극장> ‘타인의 취향’은 성폭력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내면에 주목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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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어의 꿈’(4월 26일~27일 방송)의 주인공 구태준(안내상 분)은 겉으로 보면 위선적인 인간이다. 아내와 3년째 각방을 쓰면서도 딸 앞에서는 행복한 부부 사이 인 것처럼 연기하고, 아내 몰래 회사 동료와 바람까지 피운다. 더구나 회사 휴게실에서 마주친 조연지(오산하 분) 에게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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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와의 몇 번의 데이트 끝에 태준은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연지는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환영이었다. 알고 보니 태준은 20년 전 성폭행을 당한 여자친구를 버렸던 기억을 덮고 살아왔다. 그날부터 태준은 제목 그대로 연어처럼 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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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태준은 고등학생인 딸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는 딸을 끌어안고 울부짖으면서 숨겨왔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태준은 당시 애인의 아픔보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괴로웠던 모양이다. 드라마 말미에서 태준은 환영으로 나타난 옛 애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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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타인의 취향’(1월 14일 방송)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겪는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민주(김지우 분)는 산에서 조난을 당했다가 우연히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사고 이후 민주는 대인기피증과 폐소공포증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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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남자친구까지 그를 배신한다. 마치 젊은 시절의 구태준처럼 남자친구는 민주가 당한 사고를 알자 “나, 너 자신없다. 나 알고 보니 정말 못나고 못난 놈이더라. 너의 아픔 다 덮어주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떠나버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래 너 같은 못난 놈과는 헤어지는 게 백번 낫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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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민주는 우연히 가해자를 만난다. 예상과 다르게 그는 너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는 태연하게 잘 살면서 다른 여자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민주는 당시의 공포가 떠올라 더욱 힘겨운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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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민주는 스스로 그를 처벌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성폭행했던 장소에 그를 불러들여 죽여 버린다. 가해자를 죽일 때도 약물을 이용해 가장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민주의 고통을 다 체험하고 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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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았다. 성폭력 사건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폭력 장면의 연출에서도 가해자의 ‘성적흥분’ 상태보다는 상대방을 물리적 폭력으로 억압하고 성적수치심을 자극하는 행태를 더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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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드라마에서 남자들은 계속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외친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성폭력을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뜻도 있고, 함께하지 못하고 도망가서 미안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자라면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마 여자들은 성폭행 당한 남자를 과거보다 몇 배는 더 사랑한다고 착각하며 모성애를 발휘해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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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상을 해보자. 과연 여자가 교통사고 당했다고 미안해서 떠나는 남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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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희 기자|contsmark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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