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따져보기] <하늘이시여>의 인기가 말해주는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부동의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여러 가지 비판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사실 35%라는 시청률은 누구누구의 팬덤이나 작가의 말초적 유머감각 따위로만 나올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분명,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40%에 육박하거나 50%대 시청률을 보인 작품들은 대부분, 꼼꼼히 관찰해보면 비록 ‘퇴행’이라 할지라도, 이 시대를 사는 대중들이 현 시점에서 두드러지게 갈망하거나, 혹은 심정적으로 동의하거나 하는 공감대를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분명하게 짚어내고 있곤 하다. 이를테면 SBS <파리의 연인>. 한기주(박신양)과 강태영(김정은)이 벌이는 ‘애기’놀이는(‘애기야’라는 유행어를 낳기까지 했다) 상당부분 대중의 욕망을 관통하는 데가 있다. 좀 더 비약해 보면, 연인의 자리에 ‘부자 아빠’가 대입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자본주의 세상에, 돌아온 ‘부자 아빠’만큼 간절한 것이 있을까? 신데렐라는 버림받을 수 있어도 소공녀의 미래는 보장된다. 꽃미남도 아닌 박신양의 ‘아빠’같은 매력은 당시의 멋들어진 남주인공들에겐 흔치 않던 것이었다. KBS <장밋빛 인생>도 그렇다. 그 즈음은 주부-중년여성들에게 ‘자아 찾기’의 압박이 유행처럼 브라운관에 번졌던 시점이다. 드라마 속에서 주부들은,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오히려 자아실현에 성공,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니, 홈쇼핑모델이니, 창업이니 취업이니 성취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처럼 환타지에 가까운 자아실현 슬로건은 한두 번은 통쾌하였지만, 거듭되자 오히려 공포로 다가오게 된다. 이 시점에서 정반대로 그러한 트렌드에 역행해버린 <장밋빛 인생>의 면면에는, 그런 부분에의 반발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하늘이시여> 역시 마찬가지다. 의 황지희 기자는 시집살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엄마가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모든 며느리들의 로망’일 수밖에 없으리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드라마 속에 나오는, 혈연에 끔찍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입양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크게 요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옳지 않은 줄을 알지만 심정적으로는 이에 동의하지 못하고 여전히 혈연에 집착하고 있는 대중들의 죄책감을 은근슬쩍 덜어주는 부분조차 있다. 당면한 시대의 현실을 짚어내는 것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다.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작가들도 널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작가 스스로, 그 현실을 퇴행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더욱 고착화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박현정/드라마몹 에디터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