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념, 무심, 무감 그리고 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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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념, 무심, 무감 그리고 무풍
  • 관리자
  • 승인 2006.05.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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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생각도 없고 마음도 없고 느끼는 것도 없다.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사들은, 요즘 시쳇말로 아무 ‘개념’이 없어 보인다. 방송이 연예인들의 놀이터로 변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태가 준엄한 시대에도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연예인, 스포츠선수들하고 노느라 여념이 없다. 5·31 지방선거에서 지역편차가 ‘여전하다’고 하면서도 월드컵하고 여전히 놀면서 여전히 변한 것이라곤 별로 없는 지상파방송만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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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와 고스톱 판이라도 짰는지 모르겠지만 무념, 무심, 무감의 강도가 이렇게 셀 수가 없다. 뉴스마다 월드컵 얘기, 골프 얘기로만 그득하다. 아니, 방송사고 노 정부고 모두 독일월드컵에 ‘올인’한 것처럼 보인다.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16강에라도 진출해 정신적으로 희열을 만끽하는 순간 한국 영화는 사라지고 한국 농업은 파탄을 맞이하게 될 텐데도 fta의 경과, 물질적인 생활의 파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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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삼성재벌과 중앙일보사가 정관계를 장악하려 한 x파일을 폭로하고 황우석 사태를 폭로한 mbc도 붉은 악마와 손을 잡았고, 노무현 정부는 치우천왕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명령에 복종하여, 지난 5월 5일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봄햇살처럼 퍼져야 할 그 시간에 평택 대추리에 군경 1만5천명을 투입해 ‘미니광주사태’를 일으키고 말았다. ‘버얼건’ 대낮에 군대투입이라니, ‘광주의 봄’은 여전히 서럽다. 한미fta협상 전제조건 지킨다고 미친 소 수입하고 스크린쿼터 팔아먹더니 그것도 모자라 농지에 철조망 치고 이젠 아예 미국 군대를 모셔오는 정부는,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가. 혹자는 한미동맹 운운하며 개성공단 지키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일동맹이 먼저인가, 한미동맹이 먼저인가. 미국이 일본을 볼모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는가, 아니면 한국을 볼모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는가. 미국이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제품으로 인정 못하겠다고 나올텐데 한미동맹과 민족공조는 어차피 엇박자 아닌가. 평택에 미군이 들어오고 한미동맹 강화되면 새로운 안보환경이 조성되어 한국이 볼모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북한은 중국의 또 다른 성(省)이 되고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민족공조, 통일은 당연지사, 스크린쿼터처럼 날아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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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역시 동아일보답게 시위농민에게 쫓기는 군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시위농민과 시위대를 폭력배로 몰자는 언론조작일 터이다. 2년 전 홍콩에서 wto 반대하며 이영해 열사가 자결하고, 작년에 전용철 열사가 ‘방패 찍기’로 죽었을 때 방송언론은 바람을 잠재우거나 바람을 왜곡시키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번 미니광주사태는 fta로 장차 망가질 한국 농업의 미래를 ‘미리보기’ 동영상으로 보여준 것 같아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 농지를 짓밟은 군화 자국을 따라 칼로스 쌀과 미친 소를 이어 줄줄이 미국 농축산물이 들어올 것 아닌가. 한미fta가 어디 칼로스 쌀과 미친 소만의 문제인가. 신자유주의 세례 듬뿍 받은 영국을 보자. 가스, 전기, 물 민영화하더니 가스값만 석 달에 40만원을 넘지 않는가. 한미투자협정(bit)에서 유보시켜 놓았던 조항들을 미국이 이번에는 강제할 것이 뻔하고 그에 따라 서비스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터인데, 쌍둥이적자에 시달리고 지니계수상 국가파산 상태에 이른 미국의 요구에 발맞춰 미친, 춤추는 이 나라는,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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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유난히 황사도, 봄비도, 바람도 많다. 하지만 방송사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이런 무풍지대가 없다. 옐친의 쿠데타로 구 소련이 무너질 때 쿠데타세력들은 방송언론 먼저 장악하지 않았는가. 전국을 뒤덮은 희뿌연 황사 뒤에서 노무현 정부와 미국, 그리고 한국의 방송사들이 ‘fta쿠데타음모’를 3년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한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방송언론이, 이토록 무념, 무심, 무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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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재/대구가톨릭대 노어노문학과 교수|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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