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리뷰] 또 다른 ‘5·18 피해자의 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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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리뷰] 또 다른 ‘5·18 피해자의 앵글’
MBC 다큐멘터리 <내 친구 김동관>
  • 관리자
  • 승인 2006.05.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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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49)씨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시민군이 아니었다. 그는 ‘그 날’ 3공수 여단에 소속돼 시민들을 진압했던 한 공수부대원이었다. 시민군과 대치했던 광주역 앞. 바로 눈앞에서 시민들은 총에 맞아 쓰러졌고, 옆의 동료들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관씨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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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지난 14일 밤 11시30분 5.18 광주 민주화항쟁 26돌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내친구 김동관>(연출 김영호)을 방송했다. 여태껏 5·18 광주를 이야기한 목소리는 많았다. 그러나 <내친구 김동관>은 두 가지 점에서 이전의 5.18관련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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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진압군 김동관씨 26년째 정신병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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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에는 우리가 인식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희생자들이 희생자라고 말도 못하고 움츠려 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권력의 총탄으로 이용된 진압군도 역시 피해자로, 광주의 오월을 가해자와 피해자를 벗어나 우리 모두 극복해야 할 역사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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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김영호 pd는 “이제껏 가해자에게 따뜻한 카메라를 들이댄 시도가 없었던 건 아직도 피해자의 아픔이 생생해서였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광주 이후 거의 한 세대가 흐른 지금, 이제는 말할 수도, 용서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내친구..>는 우리 사회가 가해자를 보듬어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졌음을 보여준다. 광주를 바라보는 시각의 폭과 깊이는 그만큼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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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를 보는 또 다른 포인트는 국가, 국가폭력, 역사 등의 거대담론에서 나약한 한 개인으로 시선이 옮겨져 온 데에 있다. 부도덕한 권력이 남긴 상처를 넘어서려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치는 사람들. 비록 진압군에 속했다 할지라도 그들도 똑같이 잘못된 역사로 인해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 ‘김동관’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의 또 다른 희생자들은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또 다른 개개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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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권력이 남긴 상처 가해자 시각으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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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담당 pd는 동관씨 친구의 입을 빌렸다. 카메라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다른 한 친구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전성이라는 화자에게 친구 동관은 고려대 정외과 시절 유신에 반대해 학생운동을 했던 서클모임 동기로 의리 있고 잘생긴 ‘킹카’ 였다. 동관은 경찰에 잡혀갈까봐 걱정하던 부모의 강요로 군에 입대해야 했다. 광주를 경험한 뒤 군에서 제대한 그에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전쟁·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어서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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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은 동관을 잘 아는 전성에겐 더 큰 충격이다. 김영호 pd는 “동관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친구의 기억에 남았던 그를 더듬어가야 했다”며 “친구와 동관의 관계가 pd와 동관의 관계보다 주관적이면서도 정서적이라 작품 의도에 더 부합했다”고 전했다. ‘가해자도 보듬어야 할 때’ 정도의 주장을 하고 싶었다면 고통 받는 가해자 사례를 쭉 나열했으면 될 일이지만, 개인의 아픔을 다룬 만큼 개인의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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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기에,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그려져 단지 한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되는 일은 경계했다. 이제 왜 동관과 26년 동안 꾸준히 연락해온, 동관을 더 잘 이해하는 다른 친구 2명보다 동관과 오랜 세월 소식을 모르고 지냈던 전성이 ‘내친구 김동관’에 대해 말하는지 알 수 있다. 동관은 전성의 친구이되 우리 모두의 아픈 역사다. 동관은 한 개인의 이야기이되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김영호 pd는 “올 1월 동관 씨 이야기를 들고 작품구상에 들어간 뒤 동관 씨를 몇 번 씩 찾아가 설득하고 전문의와도 상의했다. 본인 역시 ‘이제 내 삶을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수용해줘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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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항쟁 이후 26년 동안 정권이 4차례 바뀌었고, 청문회가 열렸고, 진상 규명과 유공자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에게는 아니었다. 전두환의 청문회를 보고 자살한 시민군이나 26년 째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김동관 씨.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잔상이 남아 있는 한 5.18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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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contsmark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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