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리뷰] 멕시코에서 12년 후 한국의 모습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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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멕시코에서 12년 후 한국의 모습을 보다
<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 관리자
  • 승인 2006.06.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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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해서 선성장 후분배 하자. 빨리 성장해야 사회적 약자도 돌아볼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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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이 처음 한 말은 아니다. 12년 전 멕시코의 살리나르 전 대통령도 이 말을 했다. 국내 언론들이 한·미 fta에 대해 정부가 ‘말하는 그대로’ 전달했다면 팀은 멕시코에 직접 가 ‘보이는 그대로’의 fta 실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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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8시에 방송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편에서다. 사실 ‘fta 12년...’을 보는 것은 불편하다. 12년 전 멕시코의 모습과 현재 우리의 모습이 겹쳐지고, 현재 멕시코의 모습과 12년 후 미래의 한국이 오버랩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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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문 95% 외국자본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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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만 보자면 멕시코는 nafta 이후 외국인 투자가 4배 이상 급증하고 수출도 3배로 늘었다. 그러나 fta의 이행의무금지조항에 따라 외국자본은 멕시코 내에서 부품조달, 고용창출 의무를 지지 않아 실질적인 경제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작진의 지적이다. 금융부문의 95%가 외국자본의 손에 들어갔고 멕시코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외국계 금융은 멕시코 기업에는 대출을 아예 안 해준다. 수출 1~6위 기업 중 5개가 미국인 소유다. 이들은 공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기업 중 가치가 있는 것들을 인수·합병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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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미는 통계상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데, 실질적인 서민들의 아픔은 눈에 밟힌다. 농촌경제가 붕괴하면서 농촌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고향을 떠났다. 미국의 강력한 불법이민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아 목숨을 건 월경을 감행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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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nafta는 ‘잘사는’ 미국에게 14개의 민간품목 보조금을 인정해주고, ‘가난한’ 멕시코에는 3개만 인정한 ‘부익부 빈익빈’ fta였다. ‘fta 12년...’을 보면서 가슴이 콱 막혔던 건, 미국이 가장 난항을 예상했던 ‘히든카드’ 옥수수를 협상 전에 내준 멕시코 정부를 보며 영악하지조차 못한 한국정부가 떠올라서다. 더 불리한 입장이면서 대폭적인 양보를 감행한 멕시코와 미국조차 가장 어려운 협상일 거라 예상한 스크린쿼터를 ‘협상 시작 선물’로 줘버린 한국정부. 멕시코의 옥수수 경작규모는 미국의 80분의 1이다. 헐리우드는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의 100배씩을 써서 매년 600편의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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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사회적 아젠다 설정에 실패한 주류 언론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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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이 같은 결과의 이유로 멕시코 정부의 무분별한 ‘성장우선주의’ 정책을 꼽는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멕시코 경제는 1982년 외환위기 이후 파탄 지경에 놓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이 외국자본 유치였다. 특히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나프타 협상은 미국 경제 의존도만 높여 외국자본이 멕시코에서 창출한 수익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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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손익계산서는 계급과 계층에 따라 다르다.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국익이 있을 리 없지만 이 협상은 특히 그렇다. 협상을 주도하는 층이 내세우는 수출 증대나 일자리 창출도 국내 농업이나 서비스업의 몰락을 대가로 삼은 것이다. ‘fta 12년...’은 fta가 개도국의 국민경제를 해체하는 프로젝트란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재주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다. 한미fta가 추진될 시 멕시코 사례와 어떤 점이 다를 게 있다는 건지. 우리가 은근히 얕잡아보는 멕시코는 nafta 체결 당시 세계 10위권에 대는 경제대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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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가 지레 더 몸달아 추진한 nafta. 이쯤 되면 우리도 미국정부보다 한국정부가 더 무섭다. 한미fta를 주장하는 그 많은 목소리들은 다 어디서 나왔나. 대답은 하나다. 무지하거나 혹은 얻을 게 많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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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멕시코 국민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졸속 협상을 비난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이 ‘남는 장사’에 미국이 동의해줄 리 없다. 정치색이 짙게 들어간 프로그램이니만큼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판단은커녕 한미 fta를 사회적 아젠다로 만드는 데 실패했던, 혹은 원치 않았던 언론사들이 주류인 현실에서 이 외치는 작은 목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하나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미fta 추진에 혈안이 된 ‘묻지마’ 자유무역주의자들도 이날 방송을 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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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contsmark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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