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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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4
편성제작위원회 법제화로 의사결정 시스템 만들어야
방송협회의 자해적(自害的) ‘프로그램 공익성 강화’에 부쳐
  • 승인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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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올해 첫 방송비평위원회는 지난해의 방송협회 선언문과 이른바 ‘프로그램 공익성 강화 조치’ 또는 ‘프로그램 구조조정 논의’ 등과 관련해 토론하였습니다. 이날 토론에는 황우섭, 전진국(이상 kbs), 정길화(mbc), 안수현(sbs), 서혜진(tbs) pd가 참여하였고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contsmark1|박지원 대변인의 ‘막가파 방송’, 김대중 대통령의 ‘방송의 국정 홍보 책임론’에 이어 강원룡 방송개혁위원장의 ‘불량식품론’까지 나왔다. 가히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다. 물론 우리 방송의 문제점은 많다. 일선 제작 pd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사방에서 벌어지는 ‘방송 때리기’에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사태를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만든 점에 대해서 우리 pd들부터 우선 반성해야 한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역기능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던 점, 어떤 프로그램의 결정적 문제성이 노출될 경우 그저 ‘나만 빠져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배정이나 바꾸어 달라고 했던 점, 아예 강력하게 프로그램의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던 점, 또는 시청률을 올리는 ‘효자’ 프로그램이라는 분위기에 취한 채 타성적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었던 점, 아니면 누가 뭐라 하던 내 프로그램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독선에 빠져 있었던 점… 이런 것들이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들이다. 방송정책이나 편성의 결정과정에서 일선 제작자들이 완전히 소외돼 있다가 이번처럼 속죄양이 되고 매도된다. 우리 pd가 항용 전문인을 자처하고 있지만 결국 ‘기능적 전문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가 엄습한다. 지금의 소위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시비는 역사성이 있다. 거의 10년 주기에 해당한다. 이는 박정희 정권 때도 있었고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 때도 있었다. 방송이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문제가 많다는 얘기도 되지만 방송계의 전문성이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저 권위주의 정권에 순치되고 휘둘리고 이용이나 당하니 만만한 동네북 신세다. 김대중 정권도 방송의 자율성을 신장시키기보다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로 가는 정권적 차원의 필요에 의해서 방송을 하나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방송협회의 선언은 무엇을 말하는가. 생존본능의 후각에서 나온 ‘알아서 기기’인가 아니면 개혁을 선도하는(?) ‘때맞춘 각성’인가. 어느 쪽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이 정도의 공영성 강화는 충분히 이전에 할 수 있었다. 그랬으면 모양새도 좋았을 것이다. 방송의 정치, 경제적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라는 명제가 다시금 부각되는 시점이다. 한국의 방송은 거의 미성년자 내지 한정치산자로 취급되는 형국이다. 지금 일선 제작진들에게는 자조감과 냉소주의가 미만해 있다. 방송정책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소모적인 시청률 경쟁을 주도하다가 아무런 논의없이 어느날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고는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한다. 여기서 겪는 pd들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체계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알고 있다. 어제까지 칭찬과 격려를 받던 pd가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이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영국의 여왕을 처벌하는 법이 없는 것은 ‘여왕은 선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더 이상 ‘간부들이 현명하다’거나 ‘선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오랜 경험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철학의 빈곤함과 보신주의의 타성에 젖은 이들을 준엄하게 견제할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편성제작위원회’의 설치는 여기서 충분한 당위성을 얻는다. 프로듀서들은 맡겨진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급급하였지 왜, 무엇 때문에 이 시기에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못했다. 그럴 정도로 제작 현실은 가혹했다. 그러나 그것이 변명이 안 된다는 것을 지금의 상황은 보여 주고 있다. 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편성제작위원회’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구성되면 프로듀서와 간부들이 문제의식을 함께하고 진지하게 논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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