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왕 병마개 따개’와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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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997년의 위기에서 아직도 명확한 교훈을 얻지 못한 셈이다. 최근 론 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관련 조사 내지 수사 선상에 떠오른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문제는 단순히 매각 과정에서의 비리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그 주도권을 외세에 넘겨버린 매판적 행위와 정책이 그 핵심이다. 한-미 fta 구상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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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외환은행의 부실 상황 조작과 론 스타의 은행 매입 자격 논란이다. 당시 외환은행이 위험에 대처하는 자기자본의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점에 몰리고 있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외환은행의 부실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대목이다. 그리고 부실로 판정되었을 경우 그 수준에 따라 매각 가격 협상에서 누가 불리해지는가가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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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하여 그 기업을 사들이는 쪽이 투기적 성향이 강한 세력이라면, 외환은행 같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의 금융정책은 중대한 장애에 직면하게 될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공익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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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멀쩡한 알짜 기업을 거지꼴로 만들어 외국 투기자본에 헐값으로 상납하고 그 협상 주체들이 자기 배를 채운 꼴이 된다. 국민들의 공적 재산이 국민들도 모르게 도난당한 것이다. 이때 협상주체들은 국가적 위기를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용한 자들이며 이 나라 경제의 장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 투기자본의 노략질에 길을 터준 세력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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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일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국적 투기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적대적 합병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정책이 큰 틀로 존재해줄 때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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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라는 기본환경이 있었으나, 보다 치명적인 요인은 국제금융기구 imf의 조처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적극 수용해버린 정부의 조처에 그 책임이 우선적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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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imf는 한국경제에 대한 초국적 투기자본의 접근과 접수를 최대한 쉽게 만드는 “병마개 따개”의 역할을 했다. 이들 초국적 투기자본의 활동을 제한하는 장치들을 해체하고 공적 성격의 기업과 재산을 이들의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이른바 민영화, 보다 분명히 말하자면 대자본의 사적 소유로 전환시키는 ‘사유화(privatization)’ 정책을 강력 추진했던 것이다. 금융시장에 이들을 위한 울타리를 치고, 국민 경제적 조처의 접근을 봉쇄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켰던 것이다. 16세기 영국에서 공유지를 사유화시킨 ‘인클로우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의 신자유주의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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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사단은 공적 재산의 관리자의 위치를 이용하여 바로 이 사유화 정책의 추진을 통해 초국적 투기자본의 대리인인 imf의 충실한 협력자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며, 외환은행만이 아니라 우리의 금융자산 상당부분의 주도권을 외세에 넘겨주었다. 오늘날 우리은행을 빼놓고 모두가 다 외국자본이 장악한 현실은 그 생생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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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제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imf의 병마개로 딴 한국 경제를 투기자본이라는 빨대가 들어와 빨아먹는 정도나 수준 이상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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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구상과 협상과정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것을 명분과 실리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 나라에 대한 미국자본의 접근과 관련한 여러 가지 우려를 씻어낼 방어책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imf 병마개 정도가 아닌 거대한 왕 병마개가 이 나라 경제를 열어젖히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이 땅의 자산을 빨아올리려는 기세인데 미국 시장에 실낱같이 가느다란 빨대를 꽂게 될 일부 자본의 이해를 국민적 이해로 포장해서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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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기만이고 국민경제에 대한 지대한 타격을 자초하는 매판적 정책이다. 이헌재 사단 정도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노무현 정부 관계자는 이후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역사의 청문회에 반드시 세워지게 되어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방송 저널리즘의 총명함이 절절히 요구되는 까닭이 어디에 있겠는가? 방송도 자칫 이 병마개 앞에 놓인 맥주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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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ebs <월드 센터 김민웅입니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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