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겹쳐보기] 여자아나운서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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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겹쳐보기] 여자아나운서의 정치경제학
KBS <상상플러스> vs MBC <무한도전>
  • 관리자
  • 승인 2006.06.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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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사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아나운서들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현정 아나운서가 출연하는 kbs <상상플러스>(연출 이세희, 조성숙, 이동훈)와 마봉춘 아나운서(나경은)가 나오는 mbc <무한도전>(연출 여운혁, 김태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여자아나운서의 위치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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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다. 그런데도 과묵하다. 양반 다리를 한 채 언제나 상석(上席)에 앉아 있다. 잘 웃지도 않고 무표정일 때가 많다. 그러나 다른 출연자들은 쉴 새 없이 ‘재잘’댄다. 대개 남자들이다. 그들의 자리는 그녀보다 한 단계 아래 위치한다. 그들은 서로를 ‘대감’이라 부르면서, ‘얼음공주’란 별명을 가진 그녀를 웃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녀로부터 듣는 것은 결국 핀잔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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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앤 뉴’란 이름의 퀴즈 게임이 시작되면, 얼음공주와 대감들의 상하 관계는 더욱 극명해진다. 대감들은 공주에게 조용히 다가가 정답을 소근거린다. 그러나 틀리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그녀에게 맞아야 한다. 정답을 말하면 대신 그녀에게 칭찬을 듣는다. 상까지 받는다. 그녀는 무서운 판정관이다. 남자출연자들과 어울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나운서 특유의 차분하고 교양적 분위기를 내비쳐 자신을 차별화한다. 아나운서 노현정이 진행하는 kbs 2tv <상상플러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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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락프로그램의 비밀병기는 마봉춘 아나운서다. ‘마봉춘’은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등 mbc <무한도전>팀이 지어준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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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목소리만 나오는 퀴즈 출제자였던 나경은 아나운서가 출연자들의 짓궂은 농담에도 “mbc, 사내방송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출연자들이 mbc의 이니셜을 따 나경은 아나운서에게 ‘마(m)봉(b)춘(c)’이라는 촌스러운 별명을 붙였다. 출연자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나운서라는 점에 큰 관심을 갖고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얼굴 없는 아나운서는 목소리만으로도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하하 등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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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기본 콘셉트”라며 “백설공주가 없을 때 난쟁이들은 어떻게 놀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백설공주 격인 마봉춘 아나운서는 아직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난쟁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다가 지쳐 외로움을 느끼면 마봉춘의 목소리를 듣는다. 판단을 내리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도 마봉춘에게 해결을 구한다. 서로 다투고 힘들 때도 마봉춘의 목소리를 들으며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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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나운서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다보니 6명의 남자, 혹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마봉춘은 신비감을 덧입었다. 제작진은 적당한 시기(칠월칠석)에 마봉춘의 얼굴을 공개해 프로그램 효과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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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놀이판의 권력자는 여자 아나운서들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아무나’와 함께 놀 순 없다. 밀고 당기기의 균형이 절묘해야 인기는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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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나운서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뉴스도 연성화되고 시사프로그램도 연성화되고 아나운서들도 연성화됐다. sbs가 가장 먼저 윤현진 아나운서를 <일요일이 좋다> ‘x맨을 찾아라’에 출연시켜 반응을 파악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끼를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아나운서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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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kbs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해피선데이> ‘여걸식스’에서 ‘이름만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여성출연자들과 함께 ‘직접’ 게임을 하며 오락 프로그램을 꾸려나갔다. ‘망가지기’도 하고, 남자출연자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언제나 구애를 받는 아나운서의 특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인기만큼 안티도 많았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여자 아나운서라는 고고한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린데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불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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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화한 게 기존의 시도를 절반씩 섞은 <상상플러스>의 노현정 아나운서와 <무한도전>의 마봉춘 아나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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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아나운서 분위기를 오락 프로그램에 역으로 활용해 연예인 출연자들과의 놀이판에는 끼어들지 않고 고고하게 앉아 그들을 통제하는 역할. 아나운서를 예능프로그램에서 보고는 싶고, 그렇다고 아나운서에 대한 환상은 깨기 싫은 시청자들을 위해 교묘히 포장된 두 프로그램. 시청자들 입맛에 딱 맞는 상술 덕에 시청률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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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contsmark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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