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리뷰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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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작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고발한다
MBC ·SBS <뉴스추적>을 중심으로
김상준
신경정신과 전문의

1. 서론‘매춘 아르바이트’, ‘전화방에서 폰팅으로, 퇴폐의 숨은 방’, ‘러브호텔’, ‘천호동 텍사스에 불은 꺼졌는가’, ‘무너지는 성윤리’. 이 제목들은 KBS·MBC·SBS 방송3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부제로, 프로그램 내용면에서도 길거리 삼류잡지와 차이가 없다.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진정한 힘을 얻고 사회병리를 발견하고 치유해나갈 수 있는 기능을 갖기 위해서도 따가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문제는 지적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MBC 과 SBS <뉴스추적>을 중심으로 (97년 10월부터 98년 10월까지 1년간 방영분)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2. 지나친 선정주의1) 하위문화의 전파각 방송사의 사회고발 프로그램은 선정적이면서도 희소성을 띤 뉴스거리를 너무나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뒷골목 문화를 영상매체라는 강렬한 매체에 실어 급속도로 사회 전반에 하위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2)남성적이고 퇴폐적인 카메라의 시선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카메라 시선은 매우 왜곡되어 있으며, 편향되어 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남성들의 잠재적인 훔쳐보기를 자극하고, 선정적인 소재를 더욱 부각시키고 흥미를 더하기 위해 카메라는 여성의 몸을 훑어내린다. 결국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성중심의 카메라 시선에 중독되고,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게 될 수 있다. 3)선정적인 소재에 치우치는 이유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선정적인 아이템이 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광고판매율 급감과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취재의 용이성’을 들 수 있다. 선정적인 소재의 대상자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므로 마음껏 취재할 수 있고, 방송 후 무언의 압력을 받을 필요도 없으며 명예훼손 공방에 시달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3. 취재과정의 문제점1)몰래카메라와 유인취재흔히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취재의 편의를 위해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몰래카메라와 유인취재다. 사회병리를 밝히고 취재하기 위해서는 몰래카메라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이야말로 적법하고 도덕적인 절차를 밟아야만 시청자들에게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실리는 것이다. 몰래카메라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방법인데 비해 유인취재는 함정을 만들어놓고 상대방이 걸리기를 기다린다는 적극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더욱 옳지 않다. 2)강압적 인터뷰와 인권침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흔히 인터뷰 대상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자백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또 이러한 강압적 인터뷰 장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인터뷰를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방송기자(혹은 PD)들은 인터뷰를 강요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잊게 되기 쉽다. 4. 취재구성의 문제점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까지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의 편향되고 비논리적인 주장을 이끌고 나가거나 대안 없이 흥미있는 사례만을 나열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5. 결론방송사 자체견제와 정화의식 없이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개선은 있을 수 없다. 취재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명예훼손이나 인권침해의 보호를 위해 사내외 옴부즈맨 도입, 제작요원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또 제작과정에서부터 법률자문이 법률적 측면을 검토해 인권침해를 막아야 함은 물론 시청률에 의존하는 형태를 자제하고 소재폭을 넓혀 심층적인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즉 사회부조리나 인권문제 등을 과감하게 다루어 ‘힘있는 프로’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방송사도 시청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있겠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만은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제작되어야 하며 시청률과 외압에 의연할 수 있어야 하다. 이들에 견딜 힘이 진정 없다면 차라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간판을 내리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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