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셜 사용해도 주변 사람이 알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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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을 위한 법률상식]-실명보도 주의사항

<PD저널>은 방송 제작에 있어 법률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PD들을 위한 법률상식’을 연재할 예정이다. 필자인 한상혁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 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1년부터 법무법인 ‘정세’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언론 소송분야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 주>

언론기관 종사자들이 보도와 관련해 쉽게 느끼는 유혹이 실명보도의 유혹일 것이다.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하는데 있어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게 보도하려고 하다보면 왠지 모르게 ‘김빠진 맥주’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비추어 볼 때 뭔가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해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 실명으로 보도하고자 하는 것이 언론종사자들의 일반적인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법원은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법원은 범죄 사건에 대한 보도는 공공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보도가 반드시 공공성을 갖는다 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법원은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따라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 실명을 드러내 보도를 하고는 싶은데 익명보도 원칙이 머리를 스치면서 자기 검열을 한 결과 보도원칙을 지킨다고 한 것이 어떻게 하다 보니 이니셜을 사용하거나 사건 당시의 정황을 묘사해 보도 대상자 주변의 사람들이 보도를 보면서 누구인지를 알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보면 익명으로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내용과 주변의 정황에 비추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기준이다. 법원은 “종사하는 피해자의 특정 여부를 판단함에는 비록 인적사항을 명시하지 아니한 기사나 영상 자체만으로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언론종사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판결 내지 기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의 인격권 또한 이에 못지않은 중요한 기본권임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한상혁/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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