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리뷰]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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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 ‘현장르포, 2006년 6월 평택 대추리’

“아니, 보리 벨 때가 다 되어서 그것을 좀 보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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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에 살고 있는 정태화 할아버지의 하소연이다. 철조망 너머에 있는 할아버지의 땅에서는 보리가 다 자라 넘실거리고 있었다. 보리를 베어내고 모를 심어야 하지만, 결국 보리만 보고 오겠다는 할아버지는 끝내 되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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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대추리. 마을 입구에서부터 출입하는 외부 사람들을 경찰이 심문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들어설 곳은 이미 29㎞ 둘레로 철조망이 쳐졌다. 대추리·도두리 203가구 중 93가구 정도가 이주한 지금 대추리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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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은 6월 28일 ‘현장르포, 2006년 6월 평택 대추리’(연출 이내규, 우현경)를 통해 대추리의 현재를 담았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행정대집행은 마무리됐지만 대추리 주민의 절반 이상은 아직 대추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을에 추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논에 모내기를 하러 가는 대추리의 한 농민은 “추수는 둘째 치고라도 농민은 빈 땅에는 모를 꽂아야 해요. 농민은 빈 땅을 놔둘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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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답에서 왜 아직도 대추리를 떠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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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와 연을 맺은 주민들의 삶은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뻘이었던 대추리를 손수 가꿨던 주민들에게 땅은 곧 자신의 목숨이다. 이미 근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 k-6의 땅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쫓겨났던 대추리 주민들은 이번 평택미군기지 이전에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그들을 쫓아내는 현실을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대추리의 다른 주민은 “땅 몇 마지기 가지고 백만장자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냐”며 절규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언론보도는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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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은 대추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된 기노완시를 찾아간다. 기노완시에는 비행부대인 쿠텐마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근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 이에 기노완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나서서 미군기지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기지 이전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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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면서 쿠텐마 기지는 헤노코로의 이전이 결정됐다. 헤노코로 이전이 결정된 이후 헤노코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비폭력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헤노코로의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미군기지 설립 중단을 주장하고 있었다. 시위는 계속 됐지만 해당 시에서는 공권력 투입을 통해 주민들의 시위를 저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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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추리에는 아직도 경찰병력이 집결해 있다. 미군기지 이전을 통과시킨 국회에서 약속한 청문회 계획은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게 들어가 버렸다.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서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했던 일본과는 전혀 다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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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은 국방부가 제시한 대추리 주민의 강제 퇴거 시한일이었다. 그러나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대추리 주민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 대신 월드컵 8강 뉴스를 보도했다. <추적 60분>은 대추리를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강제 퇴거 시한일 바로 이틀 전에서야 대추리 얘기를 꺼낸<추적 60분>에게 ‘왜 이제야서 방송한 것인지’ 묻고 싶을 만큼 대추리 주민들의 목소리는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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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기자|contsmar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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