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주철환 PD의 ‘사랑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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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계몽’ 두 가지 욕망 추구하는 진솔한 방송인의 모습
김창남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contsmark0|주철환은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우선은 쉽게 읽히는 글을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글에는 공연히 목에 힘을 주거나 무게를 잡는 허세도 없고, 공허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드는 수사나 치장도 없다. 대신 그의 글에는 건전한 상식에 기대어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성실함이 배어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글은 그의 말과 똑같다. 그의 말이 그렇듯이 그의 글은 어떠한 의미의 계산이나 전략과도 무관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의 산물이다. 솔직함이야말로 글쟁이로서 그가 가진 최고의 미덕이며 그가 벌써 읽을만한 책을 다섯 권이나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그의 앞선 책들이 그랬듯이 새 책 ‘사랑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에도 방송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점점이 묻어 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그가 정말 타고난 방송쟁이라는 사실이다.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이렇네 저렇네 트집 잡는 짓을 더러 일삼아 해야하는 처지이다 보니 나는 방송인에 대해 제법 남다른 관심이 있는 셈인데 주철환은 내게 가장 바람직한 방송인의 이미지를 느끼게 해 주는 많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진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해서도 늘 겸허하게 경청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균형 감각이야말로 주철환의 최고의 미덕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그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가능한 한 재미있기를 바라면서도 시청률 지상주의가 방송 문화를 지배하는 현실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며 자신의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계몽적 효과를 가지기를 또한 바란다.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는 재미와 계몽의 두 가지 욕망은 사실 방송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며 그 둘의 균형에 의해 가장 바람직한 방송의 모습이 찾아질 수 있다. 주철환은 의식적으로 두 가지의 균형을 추구하는 흔치 않은 방송인이며 그런 노력은 그의 책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오늘날 방송 pd는 단지 젊은이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문화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pd는 노력하기에 따라 우리 사회 문화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방송이 걸핏하면 이런 저런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 그런 사회적 영향력 때문일 터이다. 단지 자신의 문화 권력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송에 대한 진한 애정과 함께 방송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아는 방송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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