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상태바
큐칼럼
방송개혁위에 바란다
  • 승인 1999.0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많은 국민과 시청자들이 방송에 거는 기대는 결국 ‘좋은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냐를 두고는 약간의 편차가 있겠으나 대체로 합의하는 공통분모는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즉, ‘즐겁고 유익하고 공정하며 감동을 주고, 이웃과 고통을 나누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며 중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송’ 정도면 어떨까? 장황하긴 하지만 누구나 그려볼 수 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상적인 방송의 모습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방송을 앞당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현재 활동 중인 방송개혁위원회가 아닐까? 우리 방송의 철학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방송구조를 바꾸고 각 방송사의 위상까지 재검토하겠다는 방송개혁위원회의 존재이유가 궁극적으로는 ‘좋은 방송’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그럴진대 지금까지 방송개혁위를 둘러싼 논의들을 살펴보면 과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니면 언필칭 좋은 프로그램, 좋은 방송을 거론하지만 실제로는 경제논리, 밥그릇싸움, 독재시절의 화두였던 방송의 독립성 구현 등에 논의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신료, 위성·디지털 방송, 구조조정, 방송위원회의 위상, 공·민영 체재 등 최근 빈도 높게 사용되는 단어와 의제들은 한결같이 ‘좋은 프로그램’의 구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혹은 근본적으로는 관련이 있다하더라도 적어도 실질적인 고려나 고민은 결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좋은 방송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성찰한 대목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시청률 경쟁이 저질 프로그램을 낳았다는 식의 수박 겉핥기 식의 결론만 있을 뿐이 아닌가? 시청률 경쟁을 중단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방송위원회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징계권을 행사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줄줄이 탄생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방송종사자들이 알진대 그것만으로 좋은 프로그램들이 제작된다고 보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는 졸속 제작의 관행, 실제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적은 제작비, 직업병과 과로사를 유발시키는 숨막히는 제작기간 등 제작현장의 불합리와 척박함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무슨 ‘좋은 방송’을 기대하는지 알 수 없다. 제작비에 대한 투자비율이 얼마인지 알기나 하는가? 또한 외주 비율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과연 외주 프로그램에 현실적으로 얼마만한 지원이 가능할지를 검토나 하는지 모르겠다.우리는 이번 방송개혁위에 어쩔 수 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또 우리를 얼마나 실망시킬 지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그러나 비록 방송개혁위에 현장 제작자 출신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렇다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의논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그래서 우리는 방송개혁위가 결코 제작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프로그램이 생산되는 최소 단위의 문제나 이 나라 방송의 제작 여건을 도외시한 채 내려질 결론이 과연 유효할까를 한번 더 점검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진심으로 방송개혁위에 기대를 걸고 성공을 바라는 이유도 다름아니라 우리 또한 좋은 방송을 실현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contsmark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