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겹쳐보기] 리얼한‘아빠’의 발견
영화 <괴물> vs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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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겹쳐보기] 리얼한‘아빠’의 발견
영화 <괴물> vs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드라마틱한 부성애가 우리 아버지들의 진짜 모습
  • 관리자
  • 승인 2006.08.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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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가족을 사랑하지만 능력 없는 못난 아버지. 현실에선 가능하다. 드라마에선 불가능하다. 드라마 속 아버지는 부자이거나, 아니면 차라리 없거나. 아버지의 빈자리는 어머니가 채웠다. 아버지는 항상 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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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뭔가 부족한 두 아버지가 주연으로 등장했다. 영화 <괴물>의 강두(송강호 분)와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연출 정해룡)의 최장수(유오성 분)다. 이들 작품에서 아버지는 관객과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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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어머니의 부재는 의도된 설정”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팽개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무한한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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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최장수>의 정해룡 pd는 “한국사회에서 계속적으로 신장해온 여권은 tv에 많이 반영되는데, 상실된 부권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 적은 없었다”며 “최장수는 자기 딴에는 열심히 살지만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대다수 보통 아버지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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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말아톤>, <사랑해요 말순씨>, <맨발의 기봉이> 등 스크린에서 어머니의 위대함만 느꼈던 관객에게, 그리고 tv에서 온전한 아버지상을 찾기 힘들었던 시청자에게 평범하지만 비중 높은 아버지의 출현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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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에 아들, 딸들을 빛내줄 영웅아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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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서 아버지는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에, 딸에게 새 핸드폰을 사줄 비상금조차 없는 무능력자다. 딸이 괴물에게 잡혀간 후에도‘아버지답게’ 날카로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바이러스 감염 보균자로 당국에 낙인찍혀 병원에 수용되는 약한 남자일 뿐이다. 그러나 졸다가도 딸 목소리만 들리면 벌떡 일어나고, 마취제를 맞고서고 딸을 구한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원효대교로 달린다. 드라마틱한 부성은 오히려 리얼하다.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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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최장수>에서 다미와 솔미에게 아버지는 있으나,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아버지는 가족이 언제, 어디로 이사 갔는지도 모른다. 아들이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모르고 치즈버거를 사 먹여 아들을 위태롭게 만든다. 박봉이라 엄마를 더 악착같게 만드는 경찰 아빠일 뿐이다. 그러나 이혼에, 알츠하이머병까지 걸리고서도 끝끝내 가족 주위를 떠나지 못한다. 병마와 싸우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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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나는 아버지의 출현에 남성관객과 시청자들도 반응한다. 남재일 문화평론가에 따르면 “이 시대 가장으로 살아가는 현대 아버지들의 일상성을 제대로 반영한 데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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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족해체 시대에 한없이 작아진 아버지라는 위기감으로, 가장들의 보상심리만으로 <괴물>과 <투명인간 최장수>의 인기요인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부자아빠, 슈퍼맨 아빠에 대한 판타지를 제거했다는 분석으로도 2%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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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와 최장수의 모습은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무기력하게 살고 있지만 오직 가족을 지켜내는 것이 지상목표였던 아버지들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항상 멀게 느껴졌던 아버지가 사실은 우리에 의해 소외되고 따돌려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자각, 아버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미안함을 빼놓을 수 없다. <괴물>과 <투명인간…>은 아버지를 부정했던 젊은 세대가 아버지 세대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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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아버지가 싸우는 대상은 다르지만 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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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아버지는 한강변에 나타난 괴물로 대변되는 외부의 적에 맞선다. 언론도, 경찰도, 군대도 힘 있는 사람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투명인간…>의 아버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들과의 추억도 중요한 바쁜 현대사회에서 가족 내부의 딜레마와 싸운다. 최장수가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경제적 의무에 치여 추억은 ‘나중에, 돈 번 다음에 해도 될 어떤 것쯤’으로 치부해왔던 이 시대의 가장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앞으로가 아닌 지금 당장, 현재가 중요하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말이 없던 조연의 아버지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중앙으로 나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관객과 시청자는 잊고 살았던 아버지들의 모습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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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contsmark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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