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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9.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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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개그천하
백 은 하
<매거진t> 편집장

2003년, kbs <개그콘서트>의 뒤를 이어 sbs <웃찾사>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저 비슷한 유사품이려니 했다. 하지만 3년 후 <웃찾사>는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2006년, 그 경쟁 속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고 고전하던 mbc의 <개그야>까지 김미려의 ‘사모님’을 필두로 자신들만의 작은 파이를 차지했다.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가 피 터지는 영토싸움을 계속하고 거기에 <개그야>가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개그지형도. 이 속도로 보자면 조만간 그럴듯한 ‘개그삼국지’ 한편이 탄생 될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대중들의 관심은 드라마에 나온 잘생긴 신인보다, 30초 등장한 ‘터질라’의 미남비서 라파엘을 더 궁금해 한다.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다시보기가 아니라 일요일에 놓쳤던 <개그콘서트>의 ‘골목대장 마빡이’의 2회가 궁금해서 동영상을 찾아 헤맨다. ‘언행일치’의 3차원 춤동작을 따라하는 아이들이 골목골목 튀어 나오고, 직장인들은 난감한 프로젝트 앞에 “이건 아니잖아”를 부르짖는다. 유행어가 생활까지 잠식하고, 유머가 삶을 뒤흔드는 세상. 이는 마치 심형래, 임하룡, 김병조, 최양락 등 걸출한 코미디언들을 탄생시켰던, 80년대 ‘코미디 전성시대’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후발주자 누구도 이 모든 것이 <개그 콘서트>덕분, 이란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1999년 탄생한 이래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실험을 쉬지 않았던 ‘미친 천재 과학자’ <개그콘서트>가 선구적으로 창조한 다양한 개그유형들은 이 후의 개그프로그램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이들이 정착시킨 극장식 코미디는 제 아무리 인기절정의 개그맨이라 해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갔다. 코앞에서 터져 나오는 한기와 열기를 동시에 느껴본 개그맨들의 생존본능은 스튜디오 카메라 1,2,3 앞에서 웃고 까불던 코미디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즉각적이고 절실하다.
무대 위의 개그맨들은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간다. 리모컨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간 2, 3개 코너가 휙 넘어가버린다. 특별한 진행자 없이 무대 밴드나 후타이틀의 경쾌한 간주를 타고 다음 코너로 넘어가는 형식은, 지난 코너에서 형성된 긴장의 끈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다음 코너로 이월시키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 전체의 구조적인 긴장은 시청자들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웃찾사> <개그콘서트> <개그야>에서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부분의 코미디는 내러티브가 부재한 형식인 비(非)내러티브 코미디다. 물론 ‘집으로’나 ‘봉숭아학당’ ‘내사랑 나타샤’같은 코너들이 이야기 형식을 띄는 듯 보이지만 이 역시 내러티브의 외피를 가져오는 수준이다. 초기 슬랩스틱코미디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면, 버라이어티쇼를 제외한 80년대 이후 방송코미디의 대부분은 일정한 결론에 도달하는 콩트코미디였다. 즉 기승전결 과정을 거쳐 해피엔딩이나 곤란한 상황으로 결론 나는(하루의 여자사냥을 끝내고 결국 “에구에구에구 오늘도 나는 바보됐다” 식으로 마무리지었던 최양락의 ‘도시의 사냥꾼’처럼) 극화된 콩트코미디에는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개그코너들은 시작이 곧 전개요 끝이 곧 절정이다. 하여 콩트코미디보다는 적어도 2배 이상의 빠른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2006년 대한민국 개그 쇼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중파 3사에서 월요일, 목요일 일요일, 잊을 만하면 불을 뿜는 젊은 개그들이 쏟아져 나온다. 결국 “요즘 관객들은 날로 먹는 개그맨을 싫어한단 말이야”라는 <개그야>의 ‘개그 신인왕전’의 대사와 같이 개그맨들은 가장 피곤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디야!”를 외치며 지칠 때까지 자신의 몸을 쌍절곤처럼 휘두르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마빡’을 두드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보며 웃는다. 그것을 이기주의요, 가학적 욕망이라 욕할 지라도. 우리는 웃음이 고프고, 그들은 관객이 고프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보다 재미있고, 이보다 흥미진진한 ‘인간시장’을 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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