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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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시도, 편견 드러낸 설정
“MBC 21세기 특집 다큐멘터리 <통일>”을 보고
  • 승인 1999.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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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통일은 우리에게 늘 소원의 범주에 있었을 뿐 현실 생활의 범주로 들어온 적이 없었다. 뿌리깊은 반공교육의 세례(?)를 받아온 우리에게 통일은 그저 헐벗은 북녘 동포를 구제하는 차원이나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한풀이의 차원을 넘지 못했다. 즉, 많은 사람이 통일을 21세기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인정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관한 논의는 아직 확실한 의제로 설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mbc의 <21세기 특집 다큐멘터리-통일>은 단연 돋보이는 시도였다. 5부에 걸쳐 방송된 이 다큐멘터리는 21세기 우리 민족이 어떤 방향으로 통일을 이뤄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1부에서는 통일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2부에서부터 4부까지는 통일 이후 남북한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사회갈등-화폐문제, 토지문제, 노동의식, 교육의 문제 등을 가상 드라마의 형태로 보여줬다. 가상 상황을 재연하여 보여줌으로써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는 ‘가상 다큐멘터리(mocumentary=mocking documentary)’의 기본정신이 드러난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민간경제연구소의 자료와 탈북자, 북한 전문가들의 증언과 의견이라는 실증적 자료를 가진 것이었기에 가상 드라마는 더욱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다. 한마디로 <통일>을 통해서 시청자는 함께 고민하고 상상할 수 있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돋보이는 부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우리 민족의 통일 형태를 설정하는 것에서 혼란을 노출했다. 물론 통일 형태에 대해 그 어떤 전문가도 제대로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고, <통일> 기획 단계와 방송시기 사이의 사회상황 급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합의 통일과 흡수 통일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 흡수 통일된 상황에서 그 역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등, 전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큰 틀을 잡는 데에서 혼란을 노출했다. 그리고 통일 한국은 시장 자본주의 형태를 갖출 것이라는 설정에서도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통일 한국이 가야할 바람직한 통일은 남북한 주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체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시장 자본주의는 유능한 해결책이긴 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당연한 귀결이라는 식(특히 mc 멘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의 태도는 자칫 현재 우리 자본주의 형태에 대한 기본적인 개선이나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둘째, 가상 드라마는 통일 후의 상황을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접근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 통일이 어떤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을 하나같이 우울하고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로, 통일 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묘사한 것은 은연중에 내재된 또 하나의 편견을 보여줬다.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서 이른바 ‘재연 프로그램’의 카메라 앵글과 다를 게 없는 평이한 카메라 앵글도 아쉬움을 남긴다. 좀더 효과적으로 상황묘사를 할 수 있는 앵글은 없었을까 하는 이런 고민-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통일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나 고민보다는 금강산 관광이나 소떼 방북이 더 요란스럽게 매스컴을 도배질하는 상황에서, 이번 mbc의 <21세기 특집 다큐멘터리-통일>은 단연 돋보였다. 통일을 가까운 미래에 하늘에서 떨어질 어떤 사건이 아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우리 민족의 거대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면에서 그러하다. 통일을 추상적 당위론의 영역에서 구체적 비전을 가지고 가시화시킨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온 <통일>은 그래서 큰 의미를 갖는다.<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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