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0회 맞은 MBC <100분 토론> 사회자 손석희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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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견뎠구나, 프로그램도 저도 대견해요”

“처음엔 100회 정도하고 그만 둘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이후 200회나 진행했어요. 지금 드는 느낌은 ‘그동안 잘 견뎌냈다, 잘 생존했다’ 입니다.”
지난 8일 새벽, mbc 100분 토론의 300회 진행을 마친 손석희(50)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의 소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에서 안도감 혹은 목적을 완수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읽혀진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여러 집단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심잡고 오래 있기 어려워요. 토론 진행자 자리도 바람을 많이 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대선, 총선 등 각종 선거가 다 있었고 정치적 파문도 컸는데, 200회나 방송한 것은 잘 생존했다는 의미죠.”
1999년 ‘젊은 토론, 과감한 주제선정, 고정관념을 깨는 토론’을 표방한 100분 토론은 지상파 방송사 사이에서 토론 프로그램 바람을 일으켰다.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도 크게 키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언론의 신뢰는 ‘균형감’에서…기계적 중립도 필요

매주 목요일 밤 패널로 참석하는 사람들이 보통 4명이라고 할 때, 손 교수가 지난 4년간 토론 방송에서 만난 사람이 800여 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복 출연한 사람들을 뺀다 해도 700명은 훌쩍 뛰어넘는다. 손 교수는 기억에 남는 토론 주제로 2002년 대통령 선거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 문제를 꼽았다.
“각 입장별 오해가 쌓인 부분이 커서 토론이 무척 첨예했어요. 토론을 하면서 오해의 일부를 풀기도 했지만 한국 사회 여러 가지 모순이 터져 나온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그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이 신뢰를 받으려면 균형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행자를 포함해) 토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과 틀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입니다. 내용은 나온 사람들이 채웁니다. 형식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균형 감각이 없다면 내용에 참가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손 교수는 ‘형식적 균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기계적 중립’도 늘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간통죄 폐지, 대마초, 동성애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찬성하는 소수자도 토론의 장에 등장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토론 프로그램 진행은 사회자 개입 없이 패널들만으로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게 좋다”고 평소 생각하는 그도 가끔 개입할 때가 있다. 토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 때, 그래서 시청자가 상식적 기준에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 사회자로서 패널에게 문제를 제기한다. 시청자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패널들이 제시하는 팩트(사실 관계)가 틀릴 때도 바로잡기 위해 개입한다. 늘 그 정도에 자신의 위치를 고정시킨다.
공영방송 위기론에 대해 손 교수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90년대 초부터 위기감을 느꼈어요. imf를 겪으면서 시청률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위기는 명확해졌어요. 방송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핵심은 방송 콘텐츠에요. 이것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데, 시청률 논리에 좌지우지 되니까 안타까워요. 무조건 시청자에게 봐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도록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겠죠.”
그는 공영성을 띤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도 목말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8.15 특집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이어령, 김영세 씨가 출연해 대담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밤 12시30분에 시작해 2시30분에 끝났습니다.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었는데 시청률이 4%가 나왔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손 교수는 “공영방송체제 속에서 모든 논의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다”는 믿음을 내비쳤다. 그런 이유로 그는 mbc 민영화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영방송을 제대로 하려면 그 방송사는 광고를 받아선 안됩니다. mbc도 수신료를 받아야 해요. 재정적 측면에서 공영성을 띠면 콘텐츠도 공영성을 갖게 됩니다.”

방송인의 역할은 ‘긁어주는 것’

방송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손 교수는 ‘문제제기와 긁어주기’라고 단답형으로 정리했다. “답을 내놓는 것은 건방진 얘기”라며 그는 “사람들의 궁금증, 불만을 긁어주고 풀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22년간 근무한 mbc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mbc는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용기 있는 방송사에요. 공영성을 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배, 후배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가 보수화되고 있지만 끝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성이 있다면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손 교수는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다. 1주일에 9시간 강의를 한다. ‘화법의 원리’ ‘대중매체의 이해’ ‘방송사입문’이 그가 가르치는 과목이다.
여자 대학이라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에 “수업시간엔 괜찮은데 여성들만 있는 교정을 걸어 다니기가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 곧 여성스러워지겠네요”라고 농담을 건네자, 손 교수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되받는다. 쑥스러웠던지 그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스쳤다. 임현선 기자

손석희 교수는?
‘토론의 달인’ ‘촌철살인의 대가’.
손석희 교수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오십줄에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풋풋한 느낌을 주는 미소년의 미소를 간직한 외모다.
그는 19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지난 2월 퇴임 때까지 22년간 mbc의 간판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1분 뉴스> 진행자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뉴스데스크>, <미디어비평> 등을 진행했다. 1993년에는 자전에세이 ‘풀종다리의 노래’를 펴냈다. 마흔세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20년 넘게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기자, 앵커로 일했기에 그의 인간관계는 매우 넓고 다양할 것 같지만 그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진, 학교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만난다.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이 뻔하다. 하지만 좁은 인간관계가 오히려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관계가 쌓이기 시작하면 굴레가 된다. 내 방식의 인터뷰를 하지 못한다.”
그는 지난해 시사저널이 주관하는 ‘한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유명세, 이름값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팔자”라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접어버린다. 방송사에서 학교로 간 그의 선택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일단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을) 무조건 잘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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