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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에 나서라
  • 승인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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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의 병폐 가운데 한가지는 흥행이 되거나 빛이 나는 일은 무엇이든 끈질기게 우려먹으면서, 흥행에 전혀 도움이 안되거나 뒷감당이 어렵다 싶으면 아무리 중요한 소재나 쟁점도 회피하거나 그나마 다룬다해도 일회성으로 그치고 만다는 점일 것이다.예를 들어 대형 종교의 문제점이나 신문매체의 비리 등은 도무지 방송에서 다루는 걸 보기가 어렵다. 항상 이렇게 손익계산에 따라 영악한 짓만 하다보니 방송은 결국 하위매체로 대접받고 드디어는 개혁대상에 까지 이른 것은 아닐까?이처럼 우리 방송이 금기시하는 영역 중에 중요한 것이 또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역감정이다. 언젠가 어느 토론프로그램이 이를 주제로 다룬 이후 최근 지역감정이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면으로 분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아니 아예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고작 이 엊그제 비등하고 있는 지역감정 문제와 이와 관련된 온갖 억측과 소문의 실체를 미흡한대로 다뤘을 뿐이다.실제로 ‘지역감정’만큼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낱말은 없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도 진척을 이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째서 방송은 이를 외면하는가. 혹은 정면으로 맞서기를 꺼려하는가.핑계를 대자면 많을 것이다. 지역감정은 손대면 더욱 불거진다는 등, 너무 예민한 사안이라서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둥, 결국 양측으로부터 좋은 소리는커녕 비난이 쏟아질텐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겠는냐는 둥. 다루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면 다뤄야 할 이유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하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이같은 사회적 쟁점은 우리 방송 종사자가 결코 남에게 미룰 수 없는 핵심적 책무임엔 틀림없다. 아니 이땅에 사는 보통사람으로서도 마땅히 해결책을 찾는데 일조할 필요가 있다.지역감정이 또다시 불거져 지금 정치권은 소용돌이치고 있고 혹자는 폭풍전야 운운하기도 한다. 야당은 그동안 장외집회를 통해 무책임한 선동을 감행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데 지역감정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여당은 경제문제와 맞물린 이 문제를 집권이후 최대의 위기요인으로 인식한 듯 대대적인 민심달래기와 정치적 흥정을 벌이고 있다.상황이 이와 같이 돌아가는데도 TV화면만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는 이와 전혀 무관한 듯 보인다. 근거 없는 뜬소문이 지역민들에게 폭넓게 유포되어 설득력을 얻고 있어도 방송은 그저 단편적, 표피적인 분석을 통해 단지 유언비어라고만 치부하고 있다.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입소문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그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아직도 우리 사회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고, 21세기 통일시대의 길목을 막고 있는 이 지역감정을 허무는데 방송이 나서야 한다. 단순히 계량적 형평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복잡한 사안이라고 해서 비껴서 있다가 어쩌면 우리는 ‘역사’의 심판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가장 발전된 매체에 종사하는 우리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게된 오늘의 현실에 비춰볼 때 이미 큰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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