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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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칼럼
“우리는 당신들이…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 승인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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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번의 지령 159호 연합회보는 창간 11주년 기념호였다. 창간 11주년을 맞아 연합회보는 설문조사를 기획했고 그 중의 하나가 방송 관련 국회의원들에 대한 pd들의 의정활동 평가였다. 조사 결과 앵커 출신 정동영 의원이 1위를 차지했는데 그에 대한 인터뷰가 이번 호에 실려 있기도 하다.pd연합회보가 국회 문광위원들도 아닌 방송 관련 국회의원 - 소속 상임위가 각각인 - 들을 대상으로 의정활동을 굳이 평가하는 뜻은 무엇인가. 보다도 방송 출신 의원이면 의원이지 방송 관련 의원은 또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오며가며 받은 적이 있어 저간의 사정에 대해 좀 소상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설문조사 대상으로 삼은 방송 관련 국회의원은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로 현직 방송인 출신이다. 여기에는 강용식, 맹형규, 박성범, 이윤성, 정동영, 하순봉 의원(가나다순) 등의 앵커 및 방송기자 출신을 필두로 변웅전 의원 같은 아나운서 출신이 포함된다. 그리고 임진출 의원이 추가되는데 그녀는 pd출신이다(알려진 바로는 60년대 후반 tbc에서 얼마간 프로듀서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앵커, 기자, 아나운서가 현직의 절정기에서 방송매체의 ‘프리미엄’에 한껏 편승해 국회의원이 된 것과 달리 임의원은 소시적(?)에 잠깐 방송가에 발을 들인 경력일 뿐인데 자신을 방송인 출신으로 분류한 것에 동의해 줄지는 의문스럽긴 하다.다음으로 방송관련 조직이나 기구에 참여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여기에는 mbc 사장을 역임한 이웅희 의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경력의 김홍신 의원을 들 수 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청와대를 거쳐 방송사 사장이 된 이웅희 의원을 이 부류에 묶은 것은 그를 순수 방송저널리즘 출신으로 보는 것에는 우선 방송사 보도 부문에서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홍신 의원의 경우 방문진 이사 경력보다 생방송 mc였던 활동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정작 본인은 자신의 정계 입신은 그런 것보다 초베스트셀러인 ‘인간시장’ 작가로서의 명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쪽이 마지막 부류인 방송출연 경력자들이다. 초창기 tv를 빛낸 가수왕 출신의 최희준 의원, 라디오 칼럼으로 지명도를 높인 홍사덕 의원, 탤런트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성가를 구축한 정한용 의원, 교양 프로그램 mc로 활약한 신기남 의원,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 무게를 더한 유재건 의원,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으로 졸지에 "뜬’ 김영선 의원, 작가로서의 여세를 몰아 tv와 라디오의 토크쇼를 주름잡은 김한길 의원, 여기저기 시사 프로와 토론 프로를 섭렵한 박원홍 의원……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 의원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내가 방송 출연은 했으되 내가 잘나서 방송이 나를 필요로 했을 뿐 내가 방송 덕을 본 것은 없다. 그러니 방송 관련 운운하며 방송과 나를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기 때문이다.어떻든 대략적으로 보아 이들 의원은 주요 경력이 방송과 연관을 맺고 있는 이들로 분류해도 무방하리라 믿는다. 얼핏 보기에 앵커 등의 현직 방송인 및 방송유관 기관 출신에는 구 여당 소속이 많고, 현 여당에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굴이 알려진 인사가 많다는 특징이 쉽사리 발견된다. 스타군단이요, 당대의 논객들로 즐비한 이들 국회의원이 물경 18인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이미 미디어 정치, 이미지 정치 시대로 깊숙하게 들어와 있음을 웅변한다.물론 이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이들 중 어떤 이는 우리 방송의 오랜 업보인 편파 불공정 방송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집권여당에 줄을 댄 이도 있고, 혹은 처음부터 정계진출을 위한 발판용으로 이곳저곳의 방송을 기웃거리던 끝에 기어코 뜻하던 바를 이룬 이도 있다. 또한 특정 정당에 입당해 지구당 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천연덕스럽게 앵커 노릇을 하며 시청자를 기만한 사람도 있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본인들이 인정하든 않든 이들은 tv와 라디오를 통한 방송매체의 위력과 후광에 힘입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들 18인의 행동거지는 자연히 방송 경력과 연계돼 논의될 수밖에 없다.그들을 한때 직장 상사나 동료로서 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출연자로서 함께한 우리 프로듀서들은 감히 말하건대 ‘애증’의 심정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방송을 그만큼 겪었고 방송을 그만큼 알 것이니 우리 방송구조의 모순이나 제작 환경의 열악함을 해소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와, 방송의 단물만 빨아먹고서는 아는 이가 한술 더 뜬다고 안면몰수(?)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에 대한 씁쓸함이 교차하고 있다.그들은 보란 듯이 이 바닥을 떠나 때로는 거수기로 때로는 방탄용으로 동원돼 영욕의 의정사를 메우고 있다. 반면 프로그램밖에 할 줄 모르는 프로듀서들은 온몸으로 이 땅의 방송을 왜곡하는 질곡들과 치열히 맞서고 있다. 프로듀서들은 방송을 지키다가 종당에는 찬란히 방송에 뼈를 묻을 것이다. 창간 기념 설문조사에서 우정 이들 18인의 선량(選良)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최소한의 표시일 뿐이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당신들이 지난 시절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아직도 알고 있기에.”<본보 발행인>|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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