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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10.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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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남과 키 작은 남자
mbc <여우야 뭐하니>vs cf ‘ktf 영상커플요금’

이젠 식상할 법도 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여전히 인기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연출 권석장)이다. 극중 고병희(고현정 분)와 박철수(천정명 분)의 나이차는 9살. 그들은 오이도 여행길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아직까지는 누나-동생 사이일 뿐이다.
섹스 이후 병희가 임신한 것 같다는 눈치를 보이자 철수는 고뇌 끝에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병희의 대답. “애기 업고 군대 갈거야?”, “내가 미쳤다고 너 같은 어린애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겠니?”
스물넷, 젊은 나이의 철수는 뜻이 있어 대학에 가지 않았고 자동차 정비공으로서 자신만의 세계도 구축하고 있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편이지만 누나와 병희로부터 늘 어린아이 취급만 받을 뿐이다. 병희가 새롭게 만나는 “어른” 남자까지 철수를 “학생”이라 부른다. 발끈하며 하는 대답이 “당신이나 나나 똑같이 늙어가는 처지야!”
이제 철수는 병희를 더 이상 누나로 대하지 않고, ‘누나’ 대신 ‘미쓰고’로 부른다.
연상남-연하녀 커플에게 여성이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연상녀-연하남 커플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대개 연하남은 상대 여성을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른스러워서 기댈 수 있고, 경제력도 있는 연상녀가 좋지만 자신이 어린 취급 받는 것은 싫은 탓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젊고 귀여운’ 연하남이 매력 있지만 ‘어린애’는 사절이다. 게다가 ‘나이 든’ 티내는 것 같아 ‘누나’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 ‘누나’라는 호칭이나 ‘어린애’ 취급은 자칫 남자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해 남성들이 연상녀를 선호하기도 한다지만 ‘키’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ktf 영상커플요금’의 방송광고를 보자. 젊은 남성과 여성이 휴대폰을 이용해 화상통화를 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묻기도 하고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마침내 여자가 묻는다. “우리 만날까?”
하지만 다음 화면을 보면 남자의 시선은 위를, 여자의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여자의 키가 남자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큰 것. 난처해진 여자는 무릎을 굽혀 남자와 시선을 맞춘다. 화상통화만으로 키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를 유머가 섞인 반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모두 ‘끔찍한’ 경우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유머러스하지도 않거니와 반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남녀 커플에 있어 -평균 신장의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키가 큰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혹 남성이 더 작더라도 ‘심각하게’ 작아서는 안 된다.
‘누나’가 ‘내 여자’가 되는 순간, 더는 ‘누나’일 수 없고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는 많더라도 키가 더 큰 것은 불편하다. 여성의 ‘나이 권력’은 남성의 ‘남성 권력’으로 견줄 수 있지만 키와 같이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시선의 ‘부자연스러움’은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 속의 연하남과 ktf의 cf는 시대를 반영하긴 했으나 한 발짝 더 나아가진 못 했다.
김고은 기자|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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