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P 릴레이 인터뷰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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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혜숙 마산MBC 편성국장


“마산mbc를
더욱 마산스럽게”

지난해 지방 mbc 최초로 여성 국장으로 임명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임나혜숙 국장. 마산에서 그는 아구할매로 통한다.
94년부터 그가 맡아온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아구할매>(월~토, 오후 6시 5분)의 주인공인 아구할매는 세상에 관심이 많아 할 말 많은 아구찜 파는 할머니. 너무 용감하고 씩씩한 아구할매는 높으신 분들의 이름을 막 부르고, 그들에게 마음대로 반말을 한다(그것도 사투리로). 그래서 처음에 사람들은 ‘방송사고’로 오인하기도 했다.
위에선 징계로 위협했고, 적응이 안 된 청취자들은 매일 항의를 했다. 정말 진퇴양난의 위기였다. 그래도 임나혜숙 국장은 “그렇게 매일 욕먹고 징계 일보 직전까지 가면서 괴로움을 당했지만, 오히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스태프들과 우리가 뭐 잘못 한 거 있나 고민하곤 했다”고 기억한다.
항의 전화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런 전화들이 곧 <아구할매>의 영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항의전화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마산사람들이 <아구할매>에 완전히 적응한 요즘은 거의 항의전화가 오지 않는다.
이렇듯 마산사람들에게 명물로 대접받는 아구할매 임나혜숙 국장은 사실 마산 출신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거의 유일하게 여자를 받아주는 곳인 방송국에 호구지책으로 입사했다. 부산에서 자라 서울에서 학교를 마쳤지만, 여기저기 다 떨어지고 마침 83년 마산mbc에서 받아줘서 고맙게 내려가서 터를 잡았다.”
아구할매로 성장하기 전 ‘불량소녀’로 이름 날리던 입사 초기의 임나혜숙은 일단 기자로 발령받았다. 마산mbc의 첫 여기자였다. 사회에 불만 많은 임나혜숙 신입 사원을 윗선에서 기자로 찜해 뒀던 것. 하지만 생각보다 더욱 불만 많았던 임나혜숙 신입 기자는 매일 정권에 위협(?)되는 기사만 취재해 리포트했다. 그것도 아주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임나혜숙 기자는 음악 pd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그는 가요 프로그램에 노동가요를 틀고 자료가 없는 노래는 직접 노래패들을 불러 녹음을 해 틀어줬다.
이제 방송경력 24년 차인 그가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꼽은 것은 2003년 어린이날 방송에,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자폐아들을 출연시킨 <열전 노래방>. 1시간 방송 내내 자폐아들의 ‘으으으…’ 노랫소리가 이어졌으니 방송 사고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음날 장애아 부모들과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격려 전화가 쏟아졌다.
노란 염색 머리에 원색의 옷차림이 인상적인 그의 본명은 임혜숙. 그가 두 번째 성으로 쓰는 ‘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화가 나혜석의 ‘나’를 두 번째 성으로 따서 붙였다고 한다. 이렇듯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임나국장은 현재 ‘어머니 급식 당번 폐지 위한 모임’ 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그간 마산mbc가 너무 서울스러웠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임나국장은 앞으로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밴드가 된 리버풀의 비틀즈를 롤 모델로 마산mbc를 더욱 마산스럽게, 그래서 글로벌하게 꾸려나가겠다고 밝힌다. 그러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방송국 경비 할매가 되어 끝까지 후배들이 열정을 잃지 않도록 잔소리 하겠다”고 임나 국장은 전한다. 김현지 기자|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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