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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문화 프로그램이 가야할 ‘제3의 길’
KBS 2TV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을 보고

|contsmark0|1.‘생활 문화 선언’ - 신선한 충격
|contsmark1|첫째, 단순한 문화 정보 프로그램을 거부한다.둘째, 문화 현상의 뒤에서 문화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찾아내어 그것을 분석, 평가한다.셋째, 모든 문화적 현상을 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모든 사회적 현상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contsmark2|kbs 2tv의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월-금 저녁 8시 25분-8시 50분)이 작년 10월 12일 출발 당시 내건 슬로건은 자못 의욕적이었다. 이른바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라는 끈질긴 이분법을 단숨에 쳐부수고 ‘문화의 생활화’와 ‘생활의 문화화’를 추구하여 결국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 넉 달 동안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이러한 목표를 위해 대단히 열정적인 노력을 보여 주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시대’(98. 10. 20), ‘청소년 문화 특집’(98. 11. 6), ‘지하철에 문화가 있는가’(98. 11. 11), ‘특별기획-우리는 왜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가’(99. 1. 20-21) 등 몇 가지 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kbs는 이 프로그램과 함께 1tv에 , <채시라의 토요객석>을 편성했고 2tv에 을 신설하여 적어도 양적인 면에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을 만한 프로그램이 바로 ‘생활문화 선언’을 표방한 <문화탐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contsmark3|2.‘문화 프로그램’의 두 가지 함정 과거의 ‘문화 프로그램’이 종종 빠졌던 오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이른바 ‘고급 문화’를 대중의 수준과 취향에 맞게 ‘끌어내리는’ 경향이다. 공연 예술에 목마른 대중들에게 단비처럼 환영받으며 300회를 맞는 <열린 음악회>의 경우, 적지 않은 예술인들로부터 ‘세미클래식과 대중 가요를 통한 대리 만족을 제공함으로써 클래식 음악 자체에 대한 그릇된 상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열린’ 음악회도 중요하지만, 클래식은 결국 클래식일 뿐이므로 ‘닫힌’ 음악회도 방송이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열린 음악회>라는 한 프로그램에게 이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닫힌’ 음악회에 대한 요구는 귀담아 들을 점이 있다. 둘째, 대중을 ‘고급 문화’로 이끌기 위해 여러 가지 흥미 유발을 위한 장치를 만들기에 급급하는 경우이다. 시청자를 ‘유혹’하려 드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개그맨을 포함한 인기 연예인을 리포터로 세우거나 주부 동아리를 통해 문화에 접근하는 등 인위적인 장치를 넣어야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발상이다. 진흙탕 시청률 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무엇보다도 ‘일단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점은 결국 ‘문화예술만 갖고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결국 시청률도 놓치고 ‘고급스러움’도 놓치는 어리석음을 낳았다.<문화탐험>이 표방한 ‘생활 문화 선언’은 이 두 가지 함정을 넘어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가야 할 ‘제3의 길’을 보여 주었기에 더욱 빛난다. 또한 앞의 두 가지 오류가 바탕에 깔고 있는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섰기에 돋보였다. 3.‘문화 읽기’를 위한 강력한 관점 필요
|contsmark4|그러나 봄철 개편을 앞둔 지금, 이 프로그램이 처음에 보여준 신선한 결의가 빛바랜 게 아닌가, 그러면서 과거의 ‘문화 프로그램’들이 겪었던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겪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고급 문화의 벽을 너머 일정한 소재의 확대를 이루기는 했으나 제작진이 ‘문화’를 보는 관점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pd 문화 읽기’라는 고정 코너가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 pd들의 다양한 관점과 접근 방식이라는 장점은 오히려 선명한 인상을 시청자에게 심어 주는 데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느낌을 준다. 소재를 ‘생활 문화’까지 확대한 만큼 문화에 대한 제작진의 튼튼한 관점이 늘 화면에 배어 있어야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만 가질 수 있는 색깔을 뚜렷이 살려 내지 못한 결과 ‘이것도 문화, 저것도 문화’라는 식의 공허한 ‘문화주의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에 그치는 아쉬움을 낳는다. pd들의 취향과 개성의 다양성은 물론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꽃피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관점의 일치는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이야말로 시청자가 볼 때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감동한 예술인’, ‘문화실험, 나도 평론가’, ‘문화탐험 재미있게 보기’, ‘외국인의 한국문화 체험’, ‘비디오 칼럼’ 같은 코너들은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자칫하면 시청자를 ‘유혹’하기 위한 인위적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보다는 ‘pd 문화 읽기’가 그 동안 보여준 독특한 주제의식과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프로그램 전체에 배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안목과 지도력을 갖춘 팀장의 역할과 함께 pd들 사이의 끊임없는 토론이 꼭 필요할 것이다. pd특파원을 활용한 해외 문화 현장-파리 지하철, 백남준의 근황 등-은 언제든지 볼 만한 코너이므로 적극적으로 살려야 하리라고 본다.
|contsmark5|4. 열성팬 위한 편성의 배려 있어야
|contsmark6|kbs가 이 프로그램을 저녁 8시대의 프라임 타임에 편성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kbs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광고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임에 틀림없다. k-1과 mbc의 드라마, sbs의 뉴스 사이에 끼어서 시청률이 고전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적극적인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밤 11시대로 시간대 이동을 검토해 볼 만 하다. ‘제일 좋은 시간을 주었으니 프로그램을 살리는 건 pd들의 몫’이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건 오히려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전 국민 중에서 제 돈 주고 공연 보러 가는 사람은 5%, 남이 표 주면 갈 사람은 10%, 그리고 나머지는 표가 있어도 안 갈 사람”이란 얘기가 있다. 이 말을 바로 대입해 보면 문화 프로그램을 성의 있게 만들어서 편성만 잘 하면 적어도 5% 이상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시청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볼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contsmark7|‘문화’라는 말처럼 많이 쓰면서 정확히 무슨 뜻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도 없다. tv에서 ‘문화 프로그램’ 하면 대개 ‘고급 문화’ 또는 ‘예술’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 왔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깨고자 의욕적으로 출발한 <문화탐험>이 처음의 자세를 꿋꿋이 지키면서 우리 국민의 생활의 질을 서서히 높여 나가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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