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법적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경계에서] 최영기 독립PD협회장
2010-01-26 최영기 독립PD협회장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PD수첩〉제작진에 대해 자신이 판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사한 결과, 무죄라는 의견이 57.6%, 유죄라는 의견이 30.3%를 기록해 무죄 의견이 27.3%p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강기갑 의원 국회폭력혐의에 대한 조사에서는 유죄 판결을 내리겠다는 의견이 48.2%로 무죄(36.7%)보다 높게 나타나 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입장이 우세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폭력에 있어서는 반감이,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는 공감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가 정상일 경우, 집권 세력이나 특정 공인은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드린다. 그런 자세를 갖추지 않은 정부나 공직자는 민주국가의 기본적 요건을 훼손하는 것이다. 비정상적 민주주의가 발현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언론의 순기능인 저널리즘은 끝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널리즘에 희망을 두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은 거센 억양으로 관련 법관들을 맹비난하며 심지어 법원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마녀사냥이라도 하려는 듯 법원 내 학술모임조차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들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마치 나라의 흥망성쇠가 걸린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다.
법 없이도 묵묵히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정치권과 언론이 벌이는 공방은 치졸(稚拙)하다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나치게 아전인수적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훌륭한 법관이고 겸허하게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렇지 않은 판결이 나오면 이념적 색깔론조차 서슴지 않으면서 매국노나 용공분자처럼 매도한다. 이런 풍토 속에서 과연 법관들이 소신 있는 판결을 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키는데 앞장 서야 할 국회가 먼저 법과 그 집행자를 흔들면서 어떻게 법치국가를 세우려는지 걱정이다.
‘정의의 여신상’ 유스티치아(Justitia)를 보면,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있는데 얼굴에는 눈을 가리고 있다. 저울은 법의 형평성을 표현하고 칼을 쥐고 있는 것은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저울질(법 해석)에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눈을 뜨고 본다면 인정과 사적인 이해관계, 정치집단 등의 압력에 의해 휘둘릴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일 것이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항소심에서도 사법부는 정의 여신상이 의미하는 것처럼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