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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일관된 편향성’이라면 나쁘지 않다
12일 ‘언론의 정파성 문제’ 세미나, 기자 성향 조사 등 발표
2009년 11월 12일 (목) 16:04:30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언론이 ‘정파성’을 띌수록 수용자들은 사실성, 공정성, 객관성 등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언론의 정파성 문제’ 세미나에서 발표된 결과다.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정기적으로 신문을 읽는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대인면접을 실시, 4대강 사업, 용산철거, 미디어법, 시국선언 등 4가지 이슈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를 평가하게 했다.

조사 결과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독자 집단에서 이들이 각각 보수적, 진보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때 사실성, 객관성, 공정성 등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용자들은 <조선일보>를 가장 보수적으로, <한겨레>를 가장 진보적으로 평가했고, SBS, <한국일보> 등을 중도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종혁 교수는 “일관성이 높을수록, 자신의 신문이 본래 자기 색깔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할수록 수용자들은 좋은 평가를 내렸다”면서 “이를 종합하면 ‘일관된 편향성’은 나쁘지 않은 정파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SBS와 <한국일보>는 일관되고 편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사안과 상관없이 형식적 중도만 지키는 것은 소극적 중도 아닌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2009년 저널리즘실행위원회 심층연구 결과 발표의 일환으로 ‘언론의 정파성 문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언론 정파성 피할 이유 없다…균형 보도는 중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 역시 언론이 정파성을 띄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태훈 SBS 기자는 “정파성은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 아닌가 싶다”며 “조선이 더 보수적으로, 경향이 더 진보적으로 쓸 때 사실성, 객관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매겼다”면서 “진보, 보수 등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주는 언론에 지지표를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정당이 나오지 못하고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언론이란 다른 형태를 통해 표출해내길 원하는 현상이 언론의 정파성이란 혼재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수 <한겨레> 기자 역시 “인터넷에 이미 많은 사실들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신문에선 사실보도 보다는 좀 더 깊은 분석과 의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문이 정파성을 갖는 것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다만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취재원의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다”며 “균형 보도를 하면서 정파적 보도를 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홍 <동아일보> 기자도 “신문의 경우 방송과 달리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정파성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정파성, 편파성 논란보다는 그로 인해 사실이 왜곡되고 있느냐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성모 KBS 기자는 언론이 정파성을 가질 순 있으나, 그로 인한 잘못이 드러난 경우 반성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당시 노동부의 ‘70만 해고 대란설’ 보도를 들었다.

그는 “당시 이른바 보수 언론은 노동부 입장을 근거로 비정규직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론 해고 사태가 절반에 그쳤다”며 “노동부 발표를 인용해 사태를 과장, 국민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보수 언론이)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이 드러난 다음에도 계속 잘못된 입장을 유지해나갈 경우 장기적인 신뢰성 측면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선 기자 ‘진보 성향’ 응답자 0, MBC 기자 ‘보수 성향’ 응답자 0”

이날 세미나에서는 언론사별 기자들의 성향을 물은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돼 흥미를 끌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9월 21일~10월 4일에 걸쳐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4개 중앙 일간지와 KBS, MBC, SBS 등 3개 방송사 기자 192명을 상대로 기자들의 성향 및 조직 문화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66%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자신을 중립적 성향이라고 밝혔고, 23.9%가 진보, 10.1%가 보수 성향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사회적 통념상 언론사를 진보, 보수로 구분지을 때 조직의 정체성과 기자의 정체성이 일치되는 곳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진보 언론으로 여겨지는 <한겨레>는 65.5%의 기자들이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 답했고,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MBC는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77.3%로 가장 많았고,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63.6%가 자신이 중도라고 답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없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김사승 교수는 “우리가 인식하는 진보, 보수 언론사의 편가름 자체가 기자들이 갖는 생각이 아니라 뉴스 조직이 그렇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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