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5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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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한 편당 제작기간 3개월
‘지식채널e’ 입소문 타고 인기…각종 시상식 휩쓸어



<지식채널e><라디오 동의보감>….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5분짜리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편성표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5분.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결코 작지 않다. 5분 안에 녹아있는 제작진들의 시간과 땀,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알맞게 들어찬 정보… 이 모든 것은 50분, 5시간짜리 프로그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KBS1 (프로듀서 박인식)은 한 편의 동화 같은 프로그램이다. 짧지만 진솔한 이야기와 그림책을 보는 듯 예쁘고 따뜻한 그림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5분 에세이’이지만 제작기간은 웬만한 미니시리즈 못지않다. 5분짜리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아이템 선정부터 완성까지 3개월이 걸린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업체만 10여 곳. 그림 작업에 필요한 인력은 모두 100여명에 이른다.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 이야기가 2001년부터 시작해 1400편 가까이 방송됐다. 박인식 PD는 를 “힘든 삶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평한다.

감동을 주는 ‘5분’이 있다면 EBS <지식채널e>(연출 한송희·김진혁)는 감동뿐만 아니라 지식과 깨달음도 주는 ‘5분’이다. 광고도 없이 짧게 방송되는 탓에 ‘시청 사각지대’에 있지만, 우연히 <지식채널e>를 접한 사람은 그 여운을 쉽게 잊지 못한다. 탁월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음악은 눈과 귀를 사로잡고 교과서 밖의 살아있는 지식은 머리와 가슴을 친다.

<지식채널e>는 1주일에 4편 방송될 뿐이지만, 제작진의 말을 빌리자면 “거의 막노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수백 개의 자료 테이프를 보고, 수십 장의 음반을 듣는다. 이런 노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 것은 네티즌이었다. 김진혁 PD는 “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 네티즌들의 입소문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식채널e>는 지난해 PD연합회의 올해의 PD상 실험정신상, 여성가족부의 남녀평등상 최우수상 등 많은 상을 휩쓸기도 했다.

상복으로 따지면 KBS1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프로듀서 박혜령)도 만만치 않다. 올해로 10년째 방송되고 있는 <시청자칼럼…>은 그동안 YWCA가 선정한 좋은 프로그램상 평화부문 으뜸상, 여성민우회의 푸른미디어상 등을 수상했다. 단 5분이지만 시청자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작은 대한민국이 보인다”고 박혜령 PD는 말한다.라디오에서도 ‘5분의 힘’은 강하다. MBC 표준FM <음향리포트 오늘> 등 짧지만 목적의식이 분명한 프로그램들이 꾸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음향리포트 오늘>(연출 이순곤)은 ‘오늘’의 풍경을 소리로만 엮은 에세이다. 5분을 위해 제작진은 3~4시간 이상 뛰어다니며 오늘의 이슈, 현장성이 강한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소리로 담아낸다. 그래서 “가장 라디오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이순곤 PD는 말한다.

<라디오 동의보감>(연출 이석헌)은 출근길 청취자들의 건강을 돕는 ‘생활 한방 프로그램’이다. 무려 4300여회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가을 개편 당시 신설된 <도전 무한지식>(연출 양시영)도 ‘5분 정보’ 프로그램. 생활 속에서 갖게 되는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어려운 과학이라는 분야를 생활과 접목시켜 짧은 시간 안에 버무려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이렇게 5분 안에 배우고 깨달음을 얻으니 반갑고, 세상살이를 알고 감동까지 얻으니 더 좋다. 마음을 움직이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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