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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생긴 일
배인수
전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

|contsmark0|지난주에는 아들 녀석이랑 ‘벅스 라이프’를 보러 갔습니다. 이미 구닥다리가 된 영화라서 극장을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런데 영화관에서 저는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해괴한(?) 일을 경험했습니다.이 곳에서 저의 단 하나뿐인 문화생활이 바로 영화보기입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많이 본 것은 아니고 그저 틈틈이 시간이 나면 무턱대고 영화관에 갑니다. 한국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그 영화를 하는 극장을 골라 구경을 가지만 이 곳에서는 그저 무작정 극장에 가는 일이 많습니다. 무슨 영화를 어디서 하는지 파악하는 일이 이 곳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직 이 곳 생활에 익숙하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극장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극장이 많다기보다 상영관이 많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차로 30분내에 있는 상영관의 숫자가 어림잡아 50개가 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도시의 인구는 7만입니다.어디서 무슨 영화를 하는지 알아보고 극장을 찾아가는 일은 아직 저로서는 쉽지 않을뿐더러 사실 그럴 필요도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극장 하나에 보통 상영관이 8개 정도 되니까 그 중 하나 골라잡으면 크게 후회는 없습니다. 조금 멀리 나가면 상영관이 30개가 넘는 큰 극장도 있습니다. 그런 극장에 가면, 마음만 먹으면 하루종일 영화구경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이 상영관 저 상영관을 옮겨 다니며 영화를 보면 되니까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비싸게 영화를 보면 6불 50센트를 냅니다. 그리고 가장 싸게 영화를 보면 50센트를 내면 됩니다. 6불 50센트와 50센트의 차이는 무엇인고 하니 사실 별로 없습니다. 6불 50센트는 5불 50센트가 기본인 극장의 주말 야간 요금이고 50센트는 1불이 기본인 영화관의 화요일 할인요금입니다. 시설은? 거의 비슷합니다. 상영영화는? 1불짜리 영화관이 조금 지난 영화를 합니다. 아주 조금. 여러분 같으면 어디를 가시겠습니까? 네, 물론 저도 꼭 1불짜리 영화관에 갑니다. 그 극장이 그 요금으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는 물론 제가 알 바가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1불이나 혹은 50센트를 내고 8개 영화 중에 하나 혹은 두 개를 골라 보는 것은 제 이곳 생활의 큰 위안입니다.이 곳은 극장도 많고 요금도 제 각각입니다. 극장에서 파는 팝콘 값도 제각각이고 극장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같은 점은 한결같이 제 나라 영화뿐이라는 것과 앞 의자에 무릎이 부딪힌다던가 앞사람 머리가 화면을 가린다던가 하는 일은 아무리 싸구려극장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별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아들녀석과 극장에 들어 갈 때부터 왠지 극장이 좀 썰렁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 될 때까지 그날 그 시간 그 극장에 ‘벅스 라이프’를 보러 온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었고 결국 아버지와 아들 단 둘이 텅 빈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예고편부터 마지막 자막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돌아갔고 저는 우리마저 없었으면 과연 영화를 상영했을까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이 곳의 극장은 저에게는 아직 잘 이해할 수 없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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